#1. 4일 오전 용인 기흥구 경희대학교 인근 번화가. 곳곳에서 마구 버려진 일회용품이 쉽게 눈에 띄었다. 플라스틱 컵, 비닐 등이 주를 이뤘다. 코로나19 우려 탓에 식당에서도 손님이 원하면 일회용기에 음식을 담아줬다. 김밥을 주문하며 일회용기를 요구한 대학생 김경석씨(22)는 “일회용품은 위생적이면서 간편하기까지 하다”며 “일회용품의 편리함은 크게 다가오는 반면,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는 체감이 안 돼 경각심을 느끼기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2. 같은 날 오후 수원 팔달구 먹자골목도 여기저기 플라스틱 컵 등 일회용품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헐겁게 묶여 있는 쓰레기봉투 사이로 플라스틱 컵 등 일회용품이 넘쳐 흘렀다. 카페를 운영하는 전진희씨(37)는 “매장에서 먹고 간다는 손님에게 다회용기로 커피를 내줬다가 항의를 받는 일도 종종 있다”며 “코로나 사태로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규제마저 멈춘 터라 업주 입장에선 소비자가 선호하는 일회용품을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위생 걱정에 일회용품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환경부는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전환되자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8조 등 관계 법령에 의거, 각 지자체의 실정에 맞춰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한시적으로 해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카페ㆍ식당 등 업소에서도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시작하면서 생활폐기물 배출량이 속수무책으로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따르면 올해 1~2월 1만7천여t에 머물던 경기지역 생활폐기물 반입량은 일회용품 규제가 해제된 후 3월 2만2천255t, 4월 2만5천962t으로 폭증했다. 매립 외 방법으로 처리된 생활폐기물을 고려하면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지난해 발표된 환경부 자료를 살펴보면 2018년 기준 경기지역 생활폐기물 배출량은 일 평균 1만2천406t으로, 전국 22%를 차지하며 17개 광역 지자체 중 1위로 파악됐다.
앞선 사례처럼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소각ㆍ매립ㆍ재활용 등으로 처리된다. 플라스틱 소각 시 ‘죽음의 물질’이라 불리는 다이옥신 성분이 발생하는데 이는 청산가리보다 1만배가량 강한 독성을 지녔으며 1g으로 체중 50㎏인 사람 2만여명을 죽일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방역만큼이나 환경오염에 대한 걱정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다회용기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당연하지만, 이 같은 위생 걱정을 마케팅으로 이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환경을 보호하려면 다회용기에 대한 위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매년 6월5일 찾아오는 ‘환경의 날’은 국민의 환경보전 의식 함양과 실천의 생활화를 위해 제정한 국가기념일이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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