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대통령은 ‘위안부 운동 훼손 말라’를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연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 달여 만에 나온 첫 공식 반응이다. 정의연 논란은 현재 진보와 보수로 갈려 극명한 대립을 하고 있다. 여기에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 본격적인 관련자 소환을 앞두고 있다. 때마침 마포 쉼터 소장의 갑작스런 사망까지 겹쳐 있는 상황이다. 이때 나온 대통령의 언급이다. 우리 사회에 던지는 대통령의 정서적 방향일 수 있다. 검찰수사에 주는 영향 또한 가볍다고 볼 수 없다.

크게 보면 두 방향을 언급했다. 하나가 시민단체 활동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자는 메시지다. 시민단체의 활동 방식이나 행태를 되돌아볼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기부금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기부금 또는 후원금 모금 활동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며 관련 행정 전반에 대한 개선 방향까지 제시했다. 이번 논란의 단초에 대한 분명한 진단으로 보인다.

관심은 대통령 언급이 향하는 최종 방점이다. 듣기에 앞서의 언급은 서두의 성격이 강했다. 문제에 대한 기본적 입장을 전한 정도로 보인다. 진짜 강조한 점은 따로 있다. 위안부 운동에 대한 훼손 우려가 크게 들렸다. 대통령 스스로도 분명히 구분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위안부 운동의 대의는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대의를 손상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고 밝혔다. 우려와 경고로 풀이된다.

대통령의 워딩은 사안의 방향을 결정한다. 그래서 신중해야 하고, 또 신중하게 발표된다. 그 발언에서 대통령은 ‘위안부 운동 훼손 반대’를 천명했다. 그리고 이 부분을 ‘기부금 투명 관리’보다 중하게 강조했다. 정의연 논란이 일부에서 진영논리에 매몰돼 가고 있는 것은 우려할 일이다. 입에 담지 못할 험담과 막말이 오가기도 한다. 결코 소망스럽지 않은 일이다. 대통령의 경고가 충분히 나올 상황이다. 잘못된 건 하나도 없다.

다만, 검찰 수사라는 측면에서 보면 달리 해석될 수도 있다. 정의연 마포 쉼터 소장이 숨진(6일) 이틀 뒤다. 의원 신분이 된 윤미향 의원이 언론에 거친 말을 쏟아 부은 직후다. 검찰이 관련자 소환을 앞두고 있는 시기다. 이런 때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다. ‘위안부 운동을 훼손하지 말라’고 했다. 자칫 검찰 수사에 방향 내지 범위를 규정한 것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런 뜻이 없었다 하더라도 검찰은 그렇게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기부금 위법이 발견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해야 한다’는 당연한 지시를 덧붙였더라면 훨씬 균형 있어 보일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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