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업직 J씨(27ㆍ의왕)는 업무 특성상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한다. 요즘 그의 최대 고민은 건물 출입구마다 자신이 고온으로 측정되는 것. 바쁜 날이면 매번 체온이 떨어지길 기다려야 하는 그의 속이 더욱 타들어 간다. 37.5도를 넘는 일이 자주 있어 혹여나 하는 마음에 14만원을 들여 코로나19 진단 검사까지 받아봤지만 결과는 음성이었다. J씨는 “더운 낮에 돌아다니다가 건물로 들어갈 때마다 출입을 저지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체온 측정을 신뢰해도 되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2. 인천 연수구에 사는 K씨(30)도 지난 9일 한국전력공사 인천지역본부를 방문했다가 일시적 고온 현상으로 곤욕을 치렀다.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은 이날 그의 체온이 38도로 나왔기 때문이다. K씨는 날씨가 더운 탓이라고 항변했지만 직원들은 출입을 제한했다. 20분이 지나도 체온은 떨어지지 않았고 다시 10여분을 기다린 뒤에야 37.4도로 입장에 성공했다. K씨는 “체온을 떨어뜨리려고 건물 벽에 이마를 대는 등 갖은 노력을 했다”며 “이번 여름은 유독 덥다는데 37.5도라는 기준이 의미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올여름 역대급 무더위가 예고되면서 발열 검사의 오류가 속출해 코로나19 확진자를 가려내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방역 당국의 권고로 현재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출입구마다 열화상 카메라 등을 설치해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선별하고 있다. 이때 체온이 37.5도를 넘어서면 출입이 제한되고 진단검사를 권유한다.
이런 가운데 날씨가 더워지면서 건강한 사람도 고온으로 측정되는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열화상 카메라는 외부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다 뜨거운 음료를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체열이 높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접촉식 체온계도 신체 부위를 달리하여 측정할 때마다 최대 1도 이상 체온이 다르게 나오는 등 오류가 잦다. 이 같은 체온 측정 기기 중 야외 온도에 맞춰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제품도 있지만, 해당 기능이 고가형 제품에만 있거나 제조사에 따라 아예 없는 것도 많다.
직장 등의 다중이용시설 외에 등교 개학을 시작한 학교에서도 체온 측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원의 한 공립고등학교 교무부장은 “최근 기온이 오르면서 등교 때나 체육 활동을 마친 뒤에 체온이 높게 나오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며 “그때마다 전부 선별진료소로 보낼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오류 현상에 대해 11일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름에는 체온 측정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으레 그러려니 하며 방심하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개인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여름철 에어컨 사용 등으로 실내외 온도 차이가 늘어나 오차가 생길 확률이 높다”며 “일시적 고온이라 판단되면 20분가량 기다렸다가 체온을 다시 재라고 안내 중”이라고 밝혔다.
강정규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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