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위험시설물 명예 안전관리관 제도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의 안전 지킴이 역할을 할 것이라며 대대적인 홍보까지 했지만 도입한지 1년이 지났지만 활동실적은 물론 이를 관리할 담당부서도 없다.
14일 구에 따르면 명예 안전관리관 제도는 민간 공사현장의 현장소장을 관리관으로 임명, 지역 내 위험시설물 사고나 폭우·태풍 등 위급상황 시에 신속한 대응을 위해 구가 전국 최초로 마련한 제도다. 공무원들의 현장 경험 부족이나 교수로 구성한 안전자문단의 발빠른 대처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따라 초동 대처를 강화한다는 게 제도 마련 목적이다.
이를 위해 구는 지난 2019년 4월 도화지구 포스코 더샵 스카이타워와 금강 펜트리움 센트럴파크, 용현학익지구 학익 힐스테이트, 도원역 서희 스타힐스 크루즈시티 등 4개 아파트 현장소장을 명예 안전관리관으로 위촉했다.
그러나 도입 1년 2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안전관리관의 활동 실적은 전혀 없다.
지난해 9월 태풍 ‘미탁’과 ‘링링’이 연달아 한국을 강타하면서 미추홀구에서만 230건의 시설 피해 신고가 나왔지만 안전관리관이 나선 피해 현장은 없다. 이 밖에도 같은 해 학익동 학익사거리와 도화동 제일시장 인근의 정전사고 및 상가 간판 추락, 건물 외벽 붕괴 등의 안전사고가 관내 곳곳에서 속출했지만, 안전관리관은 활동하지 않았다.
심지어 안전관리관으로 지정한 4개 현장 중 포스코 더샵 스카이타워, 학익 힐스테이트, 서희 스타힐스 크루즈 시티의 현장소장은 임명 6개월이 채 되지 않아 다른 지방으로 발령 받았다. 현장소장 개인을 전문기술인 자격로 위촉하는 안전관리관 제도의 특성상 바뀐 현장소장은 안전관리관 자격을 승계할 수 없다.
특히 조만간 수도권에 폭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안전관리관의 활약이 절실하지만, 구에는 현장소장과 피해현장을 연결할 담당 부서도 없다. 안전관리관 제도의 운용을 두고 건축과와 주택관리팀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구가 책임공방을 벌이는 사이 아파트 공사현장 착공부터 준공시까지로 정한 안전관리관의 임기 종료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1월 준공 예정인 금강 펜테리움 셀트럴파크 현장은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임기를 고작 5개월 남겨둔 셈이다.
구는 명예 안전관리관 제도를 담당하던 부서가 분과하면서 담당이 불분명해졌다고 해명한다.
구 관계자는 “원래 건축과에서 운영하던 제도이지만, 건축과 내부의 공동주택팀이 다른 부서로 분과하면서 책임 소재를 찾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제도 운용 방향과 담당 부서 등을 두고 내부적으로 논의하겠다”고 했다.
조윤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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