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 경기도는 11일 기준으로 1천명을 넘었다. 어느 곳 하나 안심하고 볼 곳이 없다.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래도 굳이 심각성이 우려되는 곳이 있다. 대기업 생산라인이 있는 사업장이다. 유사시 대규모 확산으로 커질 수 있다. 폐쇄로 인한 직접 피해가 막대하다. 인근 상권의 간접 피해도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주 놀라게 했던 것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이다. 10일 연구동에서 일하던 여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청소업체 소속인 이 여성은 아들이 확진 판정을 받자 회사에 알렸고, 검사 결과 확진자로 밝혀졌다. 해당 연구동은 즉각 폐쇄됐다. 연구인력 1천명과 연구동을 방문했던 200명 등 1천200명이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연구동 1층은 하루 폐쇄됐고, 여성이 작업했던 2층은 3일간 폐쇄됐다.
하루 뒤인 11일, 기아자동차 광명 소하리 공장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50대 직원이 서울 고대구로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다른 50대 직원도 금천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기아차는 1ㆍ2공장 생산라인 가동을 11일 전면 중단했다. 이 공장에 근무하는 직원은 모두 6천명이다. 출근하지 못한 직원은 전날 주·야간 근무자 4천명이다. 하루 폐쇄만으로 승용차 등 1천300여 대가 생산 차질을 빚었다.
삼성전자는 해당 연구동을 3일간 폐쇄했고, 기아차는 하루 폐쇄했다. 두 곳 모두 접촉자 또는 동일 공간 근무자를 집중 검사했다. 삼성전자는 200~300명을 했고, 기아차는 118명을 했다. ‘추가 확진자가 없다’며 연구ㆍ생산을 재개했다. 다행스런 일이다. 가동 중단, 공장 폐쇄가 짧게 이뤄지길 천만다행이다. 그럼에도, 남는 불안은 있다.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방역 기준보다 폐쇄 기간이 너무 짧지 않나 싶다.
식당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즉시 폐쇄다. 종업원은 2~3주일간의 강제 격리에 들어간다. 일반 매장, 소기업도 마찬가지다. 그에 비하면 대기업 사업장의 폐쇄 및 재가동 조건은 다소 관대해 보인다. 사업장 폐쇄를 길게 하라고 권고하는 게 아니다. 만의 하나를 대비하라는 것이다. 하루 폐쇄만으로 1천200명(삼성전자)ㆍ4천명(기아차)이 사라졌지 않나. 소상공인ㆍ소기업의 피해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규모다.
4월을 지나면서 다 끝난 줄 알고 있었다. 정부의 눈치도 그랬다. 그러다가 수도권 비상이 걸렸다. 이제 N차 감염 확산은 추적도 어렵다. 불과 한 달여 전 누구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대기업이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걸 안다. 하지만, 그런 노력만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지난 한 주간 삼성전자, 기아차, 현대가 뚫렸다. 이번 주에 또 뚫리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방역 행정이 대기업에 더 깊이 들어갈 필요가 없는지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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