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속으로 사라진 희망…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 “참담하다”

“지금으로썬 그저 참담하다는 말밖에 나오질 않네요”

북한이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한 가운데 이희건 경기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 이사장은 “사실 처음에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등을 언급하며 강경한 태도를 이어나갔을 땐 또다시 회복되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겨울이 좀 길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이전에도 북한의 도발은 여러번 있어 왔지만, 지금 개성공단 기업들이 체감하는 위기의 수준은 여느 때와 다르다”며 “북한이 언급했던 ‘개성공단 철거’ 등 다음 수순이 현실화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또 이 이사장은 “지금까지 가시밭길을 걸어온 개성공단 기업들은 더 힘든 길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더 이상 남북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 언론 등 모두 함께 힘을 써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같은 날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남서 컴베이스 대표이사는 “북한의 갑작스러운 도발에 개성공단 내 입주기업 사이에서도 절망적인 분위기 흐르고 있다”며 “4년 넘게 기다려온 희망이 이제는 끝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북한이 지금과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주 매스트 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이 앞서 작년 신년사에서 개성공단을 아무 조건 없이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우리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정부와 미국 모두 북한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지금이라도 대화 재개에 나서야 한다”고 정부의 조속한 행동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지난 2004년 조성된 개성공단은 남북경제협력사업의 하나로 북측 지역인 개성시 봉동리 일대에 개발한 공업단지다. 개성공단에는 국내 123개 업체가 입주했으며, 그중 약 31%(39개)가 경기도 내 기업이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근로자 철수 조치로 2013년 당시 6개월 간 중단된 바 있다. 이어 지난 2016년 북한의 핵실험 등을 이유로 우리 정부가 전면 중단을 선언한 이후로 현재까지 멈춰있는 상태다.

김태희ㆍ손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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