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와 미추홀구가 도화동 일대를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한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악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16일 오전11시께 도화지구 내 한 아파트 단지. 바람과 함께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순식간에 퍼지는 악취에 주민들은 마스크를 쓰고도 인상을 찌푸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주민 황주현씨(37·여)는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다가 악취가 너무 심해 집에 돌아온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라며 “집에 있을 때도 창문 열기가 겁나 환기를 망설이게 된다”고 했다.
고온 저기압에서 확산이 더욱 빠른 악취 특성상 날씨가 더워지면서 악취 고통도 심해졌다. 미추홀구에 따르면 지난 5월 1개월 동안 접수한 악취 민원만 100건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은 도화지구에서 접수된 민원이다.
지난 2018년 11월 시는 도화구역 산업단지 일대를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성보공업을 주범으로 지목, 이전을 결정했다. 또 성보공업 내에 악취저감시설도 설치했다.
하지만, 1년 6개월이 지나 악취 피해가 반복하면서 주민들은 한여름에도 창문조차 열지 못하던 과거 악몽을 반복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주민 민원이 지속하고 있지만, 구는 여전히 악취 유발 사업장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악취는 성보공업이 아닌 다른 사업장에서 나는 것이라는 게 주민 대다수의 반응이다. 과거 성보공업에서 나던 약품 냄새와 달리 이번 악취는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주를 이루고 있고, 성보공업이 이전을 앞두고 작업량도 줄인 상태라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구는 사업장 점검 등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악취방지시설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거나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시설을 발견하지 못했다. 악취는 있는데 어디에서 나오는지 실체가 없는 셈이다.
구는 사업장이 악취 배출허용기준을 위반하지 않는 한 별도의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다고 해명한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개별 사업장이 악취 배출허용기준을 지키더라도 사업장별 악취 합쳐지면서 주민 체감 정도가 큰 것으로 보인다”며 “1개월에 10여차례 순찰을 돌고 주민 모니터링과 병행해 순찰 공백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주민들은 2019년 인천도시공사가 제시한 도화지구 악취실태조사 학술용역 결과를 이행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정성진 도화지구 환경대책위원장은 “당시 학술용역에서 성보공업 외에 악취유발 사업장을 제시하고 악취저감시설 설치안도 제안했다”며 “오는 10월 성보공업이 이전하고나면 본격적으로 학술용역 결과를 따를 수 있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윤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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