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가야 하나요?”, 북한 도발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주민들

“한평생 이곳에서만 살아왔지만 북한의 돌발행동은 매번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네요. 피난을 가야 할까요?”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무력도발에 나선 16일 접경지역인 파주시와 인천 옹진군 연평도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연평도 포격사건 등을 회상하며 큰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날 오후 4시께 접경지역인 파주시 군내면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 내 통일촌 마을.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무력도발에 나선 지 1시간여가 지난 시점, 조용했던 마을곳곳에선 “또다시 시작됐다”며 주민들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통일촌 주민 A씨는 “북한의 도발 소식이 전해질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오면서 학습됐을 법도 하지만,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등을 겪어온 접경지역 주민들에겐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고 한탄을 쏟아냈다.

통일촌 마을 박경호 청년회장은 “북한의 도발로 주민들은 집 밖을 나가지 못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이는 접경지역 주민들이 겪는 특성 때문”이라며 “또다시 당국으로부터 어떤 통제를 받으며 고생을 할지 앞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10년 전 북한으로부터 포격을 맞아 큰 피해를 본 인천 옹진군 연평도 역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혹시라도 비슷한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때문이다. 연평도는 북한과 고작 3.4㎞ 떨어져있다.

특히 서해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조업을 해 오던 어민들은 북한의 갑작스러운 위협 행동 등을 우려하며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박성원 민주평통 옹진군협의회장(65)은 “주민들이 뉴스를 통해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을 들은데다, 군부대가 비상체계레 돌입해 걱정이 크다”며 “하지만 포격 처럼 큰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는 않을것이라 생각하고, 아직은 일상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여파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통일촌과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 잇따라 목격되기도 했다.

대성동 주민 A씨는 “갑자기 ‘펑’ 소리와 함께 개성공단 쪽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마치 가스 폭발이 난 듯 싶었다”고 말했고, 박경호 청년회장 역시 “뉴스를 보고 밖으로 나와보니 도라산 위까지 연기가 피어올랐다”며 “폭발 후 상공 40~50m까지 검은 연기가 보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요섭ㆍ이민우ㆍ하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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