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크지만 농번기에 일손까지 놔버릴 수 있나요. 다시 생업으로 돌아가야죠.”
17일 오전 10시께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 대성동 ‘자유의 마을’.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하루가 지난 이날, 마을에선 긴장과 평온이 교차하는 기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민통선 ‘3대 마을(대성동ㆍ통일촌ㆍ해마루촌)’에 속하는 대성동은 특히 비무장지대(DMZ) 내에 위치해 UN의 통제를 받는 곳으로 일반인은 물론, 공직자들에게도 접근이 가장 어려운 소규모(52세대ㆍ158명) 마을이다.
행정구역에서조차도 소외된 이 작은 마을에서 생계 수단은 ‘농업’이 유일하지만, 전날 행해진 북한의 도발은 이 마저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주민들에게 큰 위협이었다. 주민들은 외출을 자제한 채 언론을 주시하며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었다. 하지만 날이 밝자 주민들은 콩 파종 작업에 나서는 등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렵고 걱정되지만,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마을 내 유일한 학교인 대성동 초등학교 역시 전 학년을 대상으로 대면 수업을 취소없이 진행했다. 외형적으로는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가 이어졌다.
주민 A씨는 “북한의 도발이 있었지만,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걱정도 되지만 생계에 대한 문제가 더욱 크다”고 비교적 담담한 어조로 심경을 전했다.
그러나 이 평범함 속에서도 긴장감은 곳곳에서 노출됐다.
마을 곳곳에선 전날 폭파사건 여파로 한층 강화된 군의 통제를 받아야 했다. 군 등 관계 당국은 ‘외부 유출’을 우려하며 마을 내 사진촬영을 제한시키는가 하면, 외부와의 연락을 최대한 자제해달라는 지침을 내렸다.
주민 B씨는 “완전무장한 군인들이 주민들을 쫓아다니며 사진촬영을 막는 등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언론매체의 지나친 관심으로 마을 상황이 실시간으로 외부로 전달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차단하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최종환 파주시장 등 시 관계자들도 오전 대성동 마을에 설치된 대피소를 찾아 긴급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최 시장은 주민들을 만난 뒤 방독면, 생수 등 대피소 내 비치된 물품이 전시 상황 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직접 점검했다. 대피소는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인명피해를 막고자 민통선 내 3대 마을에 각각 한 곳씩 설치된 바 있다.
최 시장은 “접경지역 주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전날 폭파 직후부터 민통선 내 3대 마을을 순회하고 있다”면서 “이분들이 걱정과 우려를 씻어낼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군 측은 전날 폭파사고 직후 군막사 등 국방부 관련 모든 공사들을 일제히 중단하고 공사 관계자들을 모두 철수시켰다가 이날 다시 재개했다.
하지은기자ㆍ박경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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