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공용화장실은 안 가요”… 불법촬영에 여성들 ‘불안감’ 고조

“남녀 공용화장실이면 아예 안 가요…”

최근 여의도 KBS 사옥 내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용 카메라가 발견돼 논란인 가운데 공공화장실을 이용하는 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여성들은 남녀 공용화장실은 아예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경계심을 드러냈다.

18일 오전 안양시 동안구의 한 골목. 술집 등이 몰려 있는 이곳의 노후화된 건물에서는 남녀 공용화장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공용 화장실에는 비좁은 공간에 남성용 소변기 하나와 함께 남성, 여성 칸으로 구분돼 있었다. 문이 열려 있어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데도 안심 비상벨이나 CCTV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해당 건물 내 상점에서 일한다는 여성 L씨(30)는 “건물 내 화장실은 남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불안하다”며 “번거로워도 5분 거리에 있는 백화점 화장실을 이용하는 게 편하다”고 토로했다.

의왕시 고천동의 위치한 한 상가 남녀 공용화장실은 도어락이 있었지만 고장 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해당 건물 4층에는 독서실이 있어 청소년들의 출입이 잦았다. 이곳 화장실이 남녀 공용인 것을 확인하고 발걸음 돌린 여성 K씨(24)는 “옆 동네 화장실에서 몰래 카메라(불법 촬영용 카메라)가 발견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주 급할 때 아니면 잘 이용 안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전한 공용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경기도 일선 지자체는 화장실 남녀분리를 원하는 사업자에게 지원금을 주는 사업도 시행했다. 하지만 신청 건수는 저조한 수준에 그쳤다. 수원시의 경우 지난해 2차례에 걸쳐 출입구ㆍ층별 분리 등 공사비용의 50%, 최대 1천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으나 신청한 사업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수원시 화장실문화팀 관계자는 “자부담금에 대해 사업자들이 부담을 느껴 사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원시는 신청자가 없는 상황에서 나머지 국비를 반납해 올해는 해당 사업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관련, 불법촬영ㆍ유포 범죄 수는 지난 2011년 1천523건에서 2018년 6천470건으로 4배 증가했다.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검거된 불법 촬영 범죄 피의자는 1만 6천802명이며 이중 97%가 남성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남녀 공용화장실은 일반 여자 화장실보다 불법 촬영 범죄에 노출돼 있다”며 “화장실 분리를 위한 건물주, 지자체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촬영을 심각한 범죄로 받아 들이는 사회적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며 “불법 촬영물에 대한 수요가 있어 범죄가 이어지는 것으로 단순히 공급자만 처벌하는데 그치지 말고 소비자들도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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