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아버지였고, 아들이었던 사랑하는 이들…이제 아무 걱정 없이 편히 쉬세요.”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인해 목숨을 잃은 38명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합동영결식이 20일 오전 10시 이천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영결식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엄태준 이천시장,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 김거성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등이 참석해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영결식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유가족들의 뜻에 따라 종교 및 제례 행사는 모두 제외됐으며 내빈과 유가족들의 자리도 1m 이상 간격을 벌려 배치됐다. 영결식은 묵념을 시작으로 사고 경과보고, 추모사, 헌화 및 분향, 추모 편지 낭독, 영정 및 위패 전달 등 순으로 진행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추모사를 통해 “최소한의 안전도 돌보지 않는 현장의 열악함, 인력 부족을 핑계 삼아 단속도 제대로 못 하고 노동 현장을 방치한 우리 사회가 이번 사고의 주범”이라며 “건축주와 사업주에게 도의적 의미 이상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이 같은 비극이 또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엄태준 이천시장은 “이번 사고로 안전에 대한 인식 부족이 국민에게 얼마나 큰 불행을 줄 수 있는지, 사람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다시 한번 알게 됐다”며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더욱 촘촘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화 및 분향을 하는 순서에서는 일부 유가족이 영정을 바라보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 노모는 헌화하는 과정에서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하기도 했다.
이어 유가족들이 희생자를 그리워하며 쓴 편지를 낭독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번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딸은 “사건 당일 딸의 생일을 생각하면서 ‘미역국 맛있게 끓이는 법’을 검색한 아버지의 사랑에 보답할 시간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때론 아빠를 무시했던 나 자신이 너무 후회돼. 아빠, 이제 그곳에서 아무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세요”라고 희생자에 대한 마음을 표현했다. 딸의 편지 낭독을 듣던 다른 유가족도 슬픔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영정 및 위패 전달 순서에서는 내빈 및 자원봉사자 등이 이천서희청소년문화센터 앞 계단에 사열해 영정과 위패를 들고 돌아가는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유가족들은 전달받은 영정과 위패를 들고 계단을 내려와 각자의 차량으로 이동했다. 일부 유가족은 계단을 내려오면서도 “보고 싶다. 너 없이 어떻게 살아가느냐”라고 흐느끼기도 했다.
이번 합동영결식을 끝으로 유가족들은 50여일간 머물던 이천을 떠나 각자 고향에서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다만 유가족협의회는 계속 유지해 책임자 처벌 촉구와 건축주 한익스프레스와의 회복지원금 지급방안 논의 등 남은 절차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는 지난 4월29일 오후 1시32분께 이천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용접 불티가 창고 벽면에 설치된 우레탄폼에 붙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로 근로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앞서 경찰은 용접 불티로 인해 이번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리고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한익스프레스 임직원 5명과 시공사인 건우 임직원 9명, 감리단 6명, 협력업체 4명 등 24명을 입건했다.
김정오ㆍ채태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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