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건설업체들이 국가기관에서 발주하는 지역 내 대규모 공사에서 소외받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공사에 지역업체 참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지역의무 공동도급 조건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인천항만공사와 지역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항만공사는 최근 2021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인천신항 1-2단계 컨테이너부두 하부공 축조공사’를 일괄입찰(턴키) 방식으로 발주, 사업자를 공모하고 있다. 이 공사는 연수구 송도동 인천신항 전면해상에 컨테이너부두 4천TEU 이상의 3선석(1천50m) 하부공을 만드는 것으로, 공사금액이 3천497억6천600만원에 달한다. 인천에서 이 같은 규모의 공사는 인천신항건설, 신국제여객부두건설,신국제여객터미널건설에 이어 3년만의 일이다.
그러나 이 공사에 지역 건설업체의 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대형 공사는 지역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조건이 붙지만, 이 공사엔 같은 조건이 붙지 않는다. 국가공기업에서 발주하는 종합공사는 금액이 78억원 이상~235억원 미만일 경우에만 지역의무 공동도급 30%를 적용한다.
항만공사는 공사 발주요청서에 ‘지역업체 상생 차원에서 지역의무 공동도급 20%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라는 내용을 담았지만, 의무규정이 없어 실효성도 없다.
또 인천시는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및 하도급업체 보호에 관한 조례’를 통해 지역업체의 하도급 비율을 60% 이상, 공동도급 비율을 49%로 정하고 있지만, 국가공기업인 항만공사는 해당 조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지역업체 관계자는 “인천 종합건설업을 보유한 110여개 업체 중 시공능력평가액이 100억원 이상인 업체수만 57개에 달해 공사에 참여할 여력이 충분하지만, 대규모 공사에선 기회조차 얻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국가공기업의 대규모 공사에 지역업체 참여를 높일 해법이 있다고 말한다. 우선 항만공사의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한다. 국가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5천억원대 인천기지의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증설 공사에 지역업체 참여율을 25%까지 높인 상태다.
특히 정부는 지난달부터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토대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 기획재정부장관이 고시하는 사업에 대해 해당 지자체에 법인등기부상 본점소재지가 있는 업체를 포함하도록 했다. 이는 지역의무 공동도급제도를 확대 적용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변병설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지역에 기반을 둔 업체들이 공동도급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최근 정부 조치 등을 통해 명분이 생긴 만큼 항만공사도 지역업체 참여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항만공사 관계자는 “이번 공사에서 항만공사는 지역 업체 20% 참여를 권장하는 항목을 포함해 조달청에 입찰공고를 의뢰하는 등 지역 안배에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조달청에 의뢰해 발주를 내기 때문에 지역업체 참여를 일정 부분 보장해줄 수 있도록 제도화가 이뤄져야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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