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가 소개한 예는 이랬다. 22살에 한국에 시집 온 베트남 여성이다. 자녀가 세 살 되던 해 중증 발달 장애 판정을 받았다. 발달 장애 1급에 해당할 정도의 중증이다. 돌아보면 치료의 기회는 있었다. 태어난 뒤 유독 울며 보챘다. 이때마다 엄마는 기저귀를 가는 것으로 넘어갔다. 결국, 어린이집에서 아이의 상태를 발견했다. 복지관에 신고했고, 아이는 장애 판정을 받은 것이다. 여러 다문화 가정에서 확인되는 예다.
보살핌 부족에서 기인한다. 상당수 다문화 가정이 경제적으로 팍팍하다. 맞벌이로 생계를 꾸려간다. 자녀에 대한 관심이 적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신체적 또는 정신적 병이 커진다. 치료의 적기를 놓치고 만다. 평생 안고 갈 장애로 남는다. 결국엔 경제적 약자의 문제다. 먹고살려다 보니 아이를 장애인 만드는 셈이다. 얼마나 한스럽겠나. 그런데도 관심이 없다. 마땅한 대책이 없다. 실태를 파악한 통계도 없다.
2년이나 지난 2018년치 통계가 있다. 전국 다문화 가정의 6.4~8.5%가 장애인 가구원을 두고 있다고 돼 있다. 영유아에 대한 별도의 집계는 없다. 장애위험 영유아에 대한 조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취재진이 어렵사리 경기도 실태를 어림잡아봤다. 도내 전체 장애위험 영유아는 8만명 정도로 추산한다. 이 비율을 전체 다문화 가정에 대입해봤다. 2천300여명 정도가 된다. 실태 파악도 이런데, 대책이 있을 리 있나. 없었다.
그 안타까움에 경기도가 답을 내놨다. 22일 관련 대책과 프로그램을 밝혔다. 다문화 가정 자녀의 후천적 장애를 막을 시스템이다. 올해 말까지 현장가이드 북을 제작해 보육현장에 배포하기로 했다. 2021년부터는 시ㆍ군 육아종합지원센터에 전문상담사를 각 1명씩 배치할 계획이다. 다문화 가족 지원센터 상담사와 연계해 어려움을 겪는 영유아들을 확인하고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광역 지자체 차원의 첫 시도다.
2019년 11월 기준 도내 다문화 가정 가구원은 24만5천여명이다. 이중 초등학교 취학 이전 영유아(6세 미만)는 2만3천명이다. 경기지역 전체 영유아 76만여명의 3%에 달한다. 그동안 일부 시군이 관심을 갖기는 했다. 안산시장애인복지관, 김포시장애인복지관, 여주베타니아복지재단이 그런 시설이다. 역으로 보면 나머지 28개 시군에 있는 다문화 가정 영유아들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만시지탄이지만 경기도의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 아울러 시군 차원의 대책도 마련되기 바란다. 물론, 이 책임의 끝자락에는 정부가 있다. 다문화 가정을 품는 일이고, 저소득층을 돕는 일이고, 복지의 기본 영역을 채우는 일이다. 정부 대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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