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 한국전의 혼란 속에서 제 때 공부를 못한 것이 늘 한이었는데…합격소식을 듣고 눈물이 났어요.”
만학도로 지난 5월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 시험에 응시해 최근 발표한 합격자 명단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은 이군자(79) 할머니의 첫 마디다.
이군자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말에 태어났다. 어릴적 배움의 시기는 한국전쟁(6ㆍ25)이 다 날려버렸다. 수년 전에 작고한 남편과 사이에 3남매를 두었으나 배움에 대한 갈망은 나이가 들어서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어쩌면 한으로 남을 것만 같았다.
이 할머니가 뒤늦게 배움의 문을 노크한 것은 일흔을 훌쩍 넘어서다. 집에 멀지 않은 곳에 평택지역 유일의 성인 초등ㆍ중등학력인정 기관이자 검정고시기관인 ‘상록평생학교’(교장 이한칠)을 찾은 것이다.
이군자 할머니는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2번 실패하고 3번째 합격했다. 이 할머니는 “지문이 길고, 듣도 보도 못한 문장이 시험에 나온 ‘국어’ 과목이 제일 어려웠다”면서 “이번에 떨어졌어도 다시 시험에 도전했을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이군자 할머니는 현재 민화를 그리는 일에 심취해 있다. 이 할머니는 모두가 꿈을 포기할 나이인데도 야무진 꿈을 키우고 있다.
이 할머니는 “올해 시험을 보고 미술대학에 들어가서 한국민화를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면서 “검정고시에 합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상록평생학교 선생님 모두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평택시민아카데미 상록평생학교는 지난 5월 실시된 1차 고졸 검정고시에 이군자 할머니를 비롯해 모두 5명의 성인학습자를 최종 합격자로 배출하는 영예를 안았다.
자원봉사교사가 중심이 된 상록평생학교는 1993년 개교한 이래 지금까지 27년간 250여명의 검정고시 합격자를 배출하는 등 소외계층의 평생학습에 힘써오고 있다.
평택=최해영ㆍ박명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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