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판이 아닌 사람을 보라.’ 집단 식중독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에 보내는 조언이다. 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영양사 제도와 현장 운영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 영양사 1명이 다수의 유치원을 맡는 중복 관리 문제, 열악한 처우에서 오는 유치원과의 불평등 관계, 영양사 자격증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면허 대여 문제 등이 얘기되고 있다. 사실일 경우 언제든 대형 식중독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소다.
원아가 100명 이상인 유치원은 영양사를 둔다. 이보다 적은 규모 유치원의 경우는 상시 채용 의무가 없다. 영양사와 유치원이 계약 형식으로 업무를 맡긴다. 이때 받는 급료가 10만~20만원에 불과하다. 영양사들에게는 최소한의 생계비용도 안 된다. 결국, 다수 유치원과 동시에 업무 계약을 하는 상황으로 간다. 영양사 1명이 많게는 유치원 5곳까지 관리하고 있다. 매 끼니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부실한 관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같은 교육청 관할구역 내에서는 5개 이내 유치원이 공동으로 영양사를 둘 수 있다. 유아교육법 시행규칙에 근거 규정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관할 지역을 벗어나 다른 지역의 유치원을 맡기도 한다. 또 유통 기한이 지나거나 임박한 식재료 구입을 알면서도 묵인한다. 고용 계약의 갑인 유치원 측의 입맛에 맞추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2018년 일부 유치원에서 이 같은 행위가 적발됐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제보의 단계이기는 하나 면허 대여에 대한 부분은 특히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일부 영양사들이 일정 수수료를 받고 면허를 대여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당연히 현장에 등장하지 않는 영양사다. 영양사 없이 유치원 급식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대여한 영양사는 물론, 유치원 측의 불법 행위까지 담합된 행위다. 원아 수가 100인 이하인 중ㆍ소규모 유치원에서 특히 이런 불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우리는 이번 안산 모 유치원 식중독 사태가 구조적인 측면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을 주시한다. ‘식판이 아닌 사람을 보라’는 관계 공무원의 주장이 주는 의미다. ‘유통 기한 임박한 식재료를 싸게 사고 영수증에는 본래 가격을 기재하는 곳도 있다’는 전언도 있다. 단순히 사고 난 유치원의 식단만을 들여다봐선 근본 해결책이 안 나올 듯하다. 경찰의 수사가 식중독 공포에 시달리는 학부모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수준까지 파헤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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