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치매노인 업고 17층까지…‘믿음직한’ 수원서부서 오재경 순경

수원서부경찰서 오재경 순경

새내기 경찰관이 길 잃은 치매노인을 발견하고 아파트 17층의 자택까지 업어서 모셔다 드린 소식이 알려져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가슴 따뜻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수원서부경찰서 호매실파출소에 근무하는 오재경 순경(35).

오 순경은 지난 2일 저녁 순찰에 나섰다가 오후 6시20분께 권선구 금곡동 인근 8차선 대로변에서 길을 잃고 배회하는 노인을 발견했다. 이름만 반복해서 말하는 노인의 모습에서 치매 증상을 직감한 그는 보호조치를 위해 파출소로 동행했다.

오 순경과 동료들이 해당 노인의 주소지를 파악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분. 이들은 치매노인의 얼굴을 사진으로 인식한 뒤 지문까지 일치하는지 재차 확인했다.

지난 2일 오재경 순경은 8차선 대로변에서 길을 잃고 배회하는 노인을 발견해 집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렸다.

이후 노인을 집까지 모시고 간 오 순경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해당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 탓에 계단을 이용해야 했던 것. 고민도 잠시, 오 순경은 97세의 노인을 업고 17층까지 올라가 보호자의 품에 안전하게 인계했다.

노인의 아내는 “17층까지 올라오느라 너무 고생했을 것”이라며 “남편을 무사히 집까지 바래다줘서 정말 고맙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오재경 순경은 중앙경찰학교 298기를 졸업하고 지난해 9월9일 순경 임용을 받은 새내기 경찰관이다. 동료들은 그를 향해 항상 열정이 넘치고 사려 깊은 자세로 신뢰 받는 경찰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9살 때까지 외할머니 품에서 자란 오 순경은 이날 길을 잃은 노인의 모습에서 목포에 홀로 계신 외할머니를 떠올렸다. 그는 “우리 할머니가 같은 상황에 처하시더라도 주변 시민이나 경찰이 도와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치매노인 발생 시 조치사항에 대해 잘 알려준 선배들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치매 어르신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이 되는 경찰관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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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노인을 집까지 모셔다 드리기 위해 그를 업고 17층까지 오른 오재경 순경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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