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석 될 산하기관장, 내부에서 찾아보자

경기신용보증재단 얘기부터 짚고 가자. 2019년 초, 아주 특별한 인사가 있었다. 신임 이사장에 이민우 영업이사가 선임됐다. 이 이사장은 1996년 입사한 창립직원이다. 내부 승진에 의한 이사장 선임이었다. 전국 16개 신보 가운데 최초였다. 경기도 산하기관 가운데도 처음이었다. 그동안 금융기관 출신 등 외부 인사가 독점해온 자리였다. 여기엔 이재명 도지사가 결심해서 가능했다. 우려도 있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올 6월 경기도의 산하기관 경영평가가 발표됐다. 19개 기관 가운데 6개 기관이 A등급을 받았다. 경기신보는 3년 연속 A등급이다. 앞서 2019년 평가에서는 유일하게 A등급을 받았었다. 이 이사장 취임 이후 2년 연속 A등급이다. 경영 평가는 각급 기관에 대해 내리는 가장 객관적인 평가 방법이다. 그 결과에 따라 소속 기관장의 능력이 평가된다. 연속 최고 등급 선정만으로도 내부 승진 임명은 성공한 선택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평가할 부분이 더 있다. 올 초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중소상공인에게 직격탄을 안겼다. 경기신보는 아주 초기에 이 위험성을 인식했다.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신용 심사 과정을 대폭 간소화했고, 지역별 기동 전담반을 출범시켰다. 그 결과 전국 신보에서 가장 뛰어난 사태 적응을 할 수 있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 부분 이 이사장의 결단이 있었다고 본다. ‘조직 전문가’여서 가능했던 대처다.

경기신보 예를 상기해야 할 상황이다. 많은 경기도 산하기관장 자리가 빌 것 같다. 기관장 27명 가운데 11명이 연말에 임기를 다한다. 모두는 아니지만, 상당수가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번 도청 주변에 줄 대기가 시작될 것이다. 정치인 출신, 기관 출신, 금융인 출신의 이름이 거론될 것이다. 해당 기관은 후임 하마평으로 어수선해질 것이다. 6개월 정도의 기간이면 그 조짐이 점차 시작될 시기다. 과거의 예가 그랬었다.

이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럴 때도 됐다. 어제, 남양주시가 수사의뢰됐다. 산하기관 부정 취업 의혹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계속되는 취업 부정과의 전쟁이다. 그런데 기관장 낙하산 임명에 대해선 관대하다. 가장 단호해야 할 문제인데 이런다. 이 개혁의 본을 경기도가 보여줬으면 좋겠다. 다른 것 없다. 정치인 등 낙하산들의 진입을 막으면 된다. 내부 승진의 기회를 넓혀주면 된다. 경기신보 선례가 있으니 어려울 것 없다.

준비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도지사의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내부자 승진 임명의 뜻을 갖고 있어야 한다. 각 산하기관 스스로의 준비도 필요하다. 평가의 객관적 근거를 준비해가야 한다. 소속 직원들의 사고방식 전환도 필요하다. 노조를 통한 의사 표시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변화를 산하기관의 개혁이라고 본다면, 그 준비를 해야 할 6개월은 결코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벼락같이 내리꽂는 게 낙하산 인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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