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소자 폭행 수사에 교도 행정 신뢰 달렸다

재소자들이 교도관을 고소ㆍ고발한 통계가 있다. 2017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2천315건이다. 2017년 783건, 2018년 855건, 2019년(10월) 677건이다. 고소ㆍ고발을 당한 교도관은 사건 수보다 많다. 2017년 1천586명, 2018년 1천873명, 2019년(10월) 1천373명이다. 고소ㆍ고발의 처리 결과를 살펴봐야 한다. 2017년과 2018년 사건 중 기소된 교정 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다. 전부 무고성 고소ㆍ고발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교도관들의 정신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법무부가 2018년 교정 공무원 3천5명을 조사했다. 여기서 730명(24.3%)이 건강 위험군이었다. 교도관은 범죄자를 대하는 직업이다. 고되고 험하다. 재소자 인권이 강조될수록 교도관들이 감내할 부분이 많아진다. 법무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 점을 호소한다.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많은 국민도 이런 지적에 공감한다. 지금까지는 그랬었다.

이런 신뢰에 찬물을 끼얹을만한 사건이 생겼다. 의정부교도소에서 발생한 재소자 폭행 논란이다. 혐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알려진 내용이 이렇다. 모친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수감된 재소자가 있었다. 교도관 2명이 이 재소자를 폭행했다. “사람을 만들어 주겠다”라고 했다. 폭행 장면이 교도소 내 CCTV에 찍혔다. 이 재소자가 면회 온 가족에게 알렸고, 가족이 법무부와 인권위에 진정했다. 여기까지가 알려진 내용이다.

검찰이 폭행 당사자로 지목된 교도관을 수사하고 있다. 법무부가 소장을 비롯한 4명을 직위 해제했다. 악의적 무고가 아님을 짐작케 한다. 걱정이다. 교도관의 독직ㆍ폭행은 미개한 시대의 유물로 여겨졌다. 영화에나 등장하는 비현실적 장면으로 여겨졌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얘기 아닌가. 교도관이 재소자를 집단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얘기다. 교도 행정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가 무너질 수도 있음이다.

재소자 폭행 의혹은 간혹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교도소 교도관 3명이 재소자 1명을 사무실에 가둬 놓고 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또 수감된 지적장애인을 교도관이 CCTV 없는 곳으로 끌고 가 폭행했다는 진정도 있었다. 그때마다 교정 당국은 ‘폭력은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국민도 대체로 교정 당국의 발표를 믿었다. 그러다가 이번 논란이 터졌다. 한꺼번에 불신이 증폭될 수 있다. 그만큼 중요하고 심각한 사건이다.

지난해 국회 법사위에서의 논란을 보자. 재벌 가족에 편의를 제공한 교정 공무원 얘기였다. 뇌물이 확인됐지만 입건하지 않았다. 징계 통보도 4년 뒤에나 이뤄졌다. 검찰도, 교정국도 모두 법무부 소속이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나올만했다. 이번 사건 처리에서 명심할 일이다. 어정쩡한 수사는 교도 행정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철저히 밝히고,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지금은 재발 방지 교육 등을 말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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