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와 한식조리기능사 합격에 이어 중식조리기능사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출원까지 미룬 소년원생이 있어 화제다.
서울소년생 A군은 어릴 때 가정폭력과 부모의 별거ㆍ이혼 등의 아픔을 겪었다. 휘청거리는 가정 상황은 어린 A군에게는 여실히 투사(投射)됐다. 결국 14살이던 2016년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일을 시작으로 매년 비행을 반복하다 학교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고등학교를 자퇴하게 됐다. 결국 지난해 5월 특수절도 등 비행을 저질러 보호처분 10호인 24개월을 받고 서울소년원에 입원했다.
소년원 생활은 경찰서와 검찰청, 법원 등을 거쳐 오면서 육체적ㆍ정신적으로 지쳐 있어 특별한 돌봄이 필요했다.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고민이 무엇인지 등 문제점과 진로 지도를 위한 전문 상담이 이루어졌고 더불어 직업능력훈련개발 과정에 배치돼 한식조리 교육을 받는 새로운 환경이 제시됐다.
한동안 멈춤 시계처럼 지내던 A군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등 소년원 생활에 적응하며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지난 5월에는 고졸 검정고시에도 합격했다. 퇴원 후에는 대학에 진학해 조리 관련 전문교육을 이수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A군은 모범적인 소년원 생활로 지난달 30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8일에 치러지는 중식조리기능사 실기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출원을 미뤘다.
A군은 “막상 사회로 돌아가는 친구들을 보니 마음이 흔들려 포기하고 나갈까도 생각했지만, 제 미래를 위해 조금만 참기로 했다”고 말했다.
성우제 서울소년원장은 “소년원에서의 학업을 이어가겠다는 일념으로 퇴원까지 연기한 A군이 대견하다. 이같은 노력이 모여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응원했다.
한편 서울소년원은 지난해 12월 18일 필기시험 합격 뒤 8개월 이상의 실기 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이날 실시된 ‘2020년 제12회 상시검정 중식조리기능사 실기시험’에 9명, ‘2020년 제12회 상시검정 제과기능사 실기시험’에 12명이 응시했다고 밝혔다.
서울소년원은 법원 소년부에서 송치한 소년을 수용해 교육하는 법무부 소속의 남자비행청소년 전문교육기관으로 헤어디자인을 비롯한 제과제빵, 한식조리 등 직업훈련능력개발 과정 및 정규 중ㆍ고등학교 과정과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의왕=임진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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