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道立정신병원 텅 비는 이유 있을 것이다

경기도립정신병원이 개원한 지 한 달이다. 현재 입원 환자는 10여명이다. 준비된 전체 병상이 50개다. 병상 가동률 20% 남짓이다. 말 그대로 텅 빈 병원이다. 환자의 많고 적음이 논란의 대상은 아니다. 환자가 없다는 것처럼 소망스런 일도 없다. 중요한 건 병상이 남아도는 이유다. 경기도 내 정신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많다. 지자체가 직간접 운영하는 곳마다 대기자가 줄 서 있다. 이런데도 경기도립정신병원이 빈다면 이는 다른 문제다.

그동안 도립정신병원은 모 재단이 수탁 운영해 왔다. 지난해 이 재단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손을 뗐다. 수탁 운영한 지 30여년 만이다. 경기도가 폐원 결정과 함께 문을 닫는 수순을 밝았었다. 하지만, 의료기관의 공공성이 제기됐고, 재개원이 추진됐다. 이 판단 자체는 옳았다. 정신 질환자는 갈수록 느는 추세다. 공공 의료 분야가 맡아야 할 책임이 있다. 민간 자본은 경영 수지로 손을 뗄 수 있다. 그렇다고 공공의 영역까지 털어버려선 안 된다.

경기도가 계속 떠맡기로 했다. 경기도의료원이 운영을 맡았다. 병상 50개 규모로 꾸려졌다. 의사 6명을 포함해 53명도 배정했다. 공공성을 강화하는 특별 체계도 만들었다. 24시간 전문의가 상주하며 응급ㆍ행정 입원을 열어두는 제도다. 책정된 예산이 적지 않다. 한 해 47억2천만원이 들어간다. 이 중 인건비만 25억3천만원이다. 이 가운데 37억원은 도비로 보조된다. 8억8천만원은 입원 수익으로 계상돼 있다. 도는 가동률 88%를 예상했다.

이렇게 개원한 게 지난달이다.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봐야 한다. 그런데 안 그렇다. 개원 초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예상 밖이다. 실제 가동률(20%)은 예상치(88%)에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입원 수익의 기준을 충족하기에 요원하다. ‘24시간 응급대응체계’도 막상 문제점이 제기된다. 응급 정신질환자의 상당수는 자해ㆍ사고 등을 동반한다. 이 경우 필수적인 게 외상 치료체계 구축이다. 이게 없다. 애초에 맞지 않는 구상 아니었나 싶다.

밝혔듯이, 도내 정신질환자의 수는 늘고 있다. 기본적인 수요는 늘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시점상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이렇다. 도립정신병원의 조치 자체는 옳았다. 다만, 그 예상이나 분석에서 다소 오류가 있었던 듯하다. 경기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오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 분석이 사실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경기도립정신병원이 50억원의 ‘혈세 값’을 제대로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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