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박남춘 인천시장은 시정 슬로건으로 ‘시민이 시장이다’로 설정하였다. 시장 직속의 소통협력관을 신설해 최측근을 임명하고 4개의 담당관을 설치해서 운영하고 있다. 시정의 주요 현안에 대해 시민의 의견을 직접 듣고자 공론화위원회를 출범했다. 지난 1월 첫 의제로써 ‘폐기물관리정책 전환과 자체매립지 조성 공론화’를 채택해서 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실행에 들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원활한 진행이 어려운 가운데 지난 11일 최종 시민대공론장을 열었고 이번 주 내로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질적인 시민 숙의 과정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졸속 마무리로 인해 결론에 대한 시민의 의견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을 대신하는 시민참여단의 대표성과 역할에 의해 그 본질적 의미와 가치가 좌우된다.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형식적인 구성과 절차적 운영은 시민을 우매한 구성원으로 여기는 중우정치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한다. 코로나 19로 운영이 어려운 여건임을 고려해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를 간과하는 것은 그 어떤 변명으로 대신해서는 안 된다.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공론화의 핵심적인 요소인데 이를 간과한 것이 이번 공론화의 치명적인 잘못이다. 공모절차와 통계적인 검정을 걸쳐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민참여단을 구성하였으리라 전제하지만, 그 핵심인 숙의 활동과정은 매우 형식적인 과정에 불과하였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참여단이 공론화 의제 학습자료의 조회 수가 122회 불과해 대부분의 시민참여단이 기본적인 자료도 학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숙의 과정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고 시간이 부족해서 시민참여단이 복잡한 폐기물관리정책과 매립지 문제에 대해 학습하지 못한 모습이다.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작 2차례의 숙의과정 속에서 마련한 시민참여단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시민의 의견으로 포장해 결과보고서를 채택하는 것은 단순한 설문조사 보고서일 뿐이다. 활동 기간을 미리 설정하고 정해진 기간 이내에 결과보고서를 채택하고자 하는 행정관료들의 탁상행정이 빚어낸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번 공론화 의제는 인천지역의 최대 현안이며 지역 내 갈등요인으로써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의 공유를 통해 소통하고 면밀한 의견수렴을 거쳐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지역 간의 첨예한 이해가 상충해서 고도의 직접 참여 행정 기법이 필요했고 그 결정을 시민에게 의뢰한 것이다. 시장이 어려운 문제에 대한 행정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무책임한 정치 행위로 오해받아서는 안 된다.
어설픈 행정의 꼼수를 통해서 시민의 의사를 왜곡하는 것은 첨단행정의 ‘정도’가 아니다. 완벽하지 못하고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졸속 행정은 바로잡는데 막대한 비용과 희생이 요구된다. 이런 우를 범하는 구태를 반복하지 않고 제대로 된 공론화에 충실해야 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