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저주’란말이 있다. 역사상 세계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은 사건의 시작이 모두 8월에 시작됐다고 해서 생긴 말이지만, 국민재난안전 차원에서는 8월을 ‘태풍의 저주’라고 한다.
‘태풍’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자연재난을 배경으로 다루는 영화인 줄 알고 보러 갔는데 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태풍 이동 경로를 이용해 한반도에 핵폐기물을 뿌리려다 계획을 포기하는 내용이다. 태풍특보가 발효되면 모든 선박은 가까운 부두로 피항한다. 이 영화에서는 이 점에 허를 찔러 태풍의 눈을 따라 작전을 실행한다는 시나리오다. 태풍에 대한 상식이 풍부하지 않으면 영화 제작이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태풍은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이초속 17m 이상의 강한 폭풍우를 동반한 기상 현상을 말한다. 태풍은 발생지역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다르다. 북태평양고기압권에서발생하면‘태풍’, 북미와 남미 해역에서는‘허리케인’, 벵골만·인도양등에서는‘사이클론’이라불린다. 적도를 기준으로 해 남반부 호주 부근에서는 ‘윌리윌리’라고도 한다.
태풍은 강풍과해일,홍수등으로인류가겪는자연재해중지진 다음으로 많은 재산피해와 인명을 앗아간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태풍은 사망·실종자만 1천55명으로 기록된 1959년에 발생한 태풍 ‘사라’다. 태풍 예보시스템이 미비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한반도에 결정타를 날린 태풍이다.
태풍은 연중 발생하지만1월부터6월까지는 거의 없고,90% 이상이 7~9월에 들이닥친다. 특히 8월에 내습하는 태풍이 가장 큰 피해를 안긴다.
태풍은 발생해서 소멸할 때까지 약 1주일에서 1개월 정도의 수명을 가진다. 태풍은 중심에 가까울수록 풍속이 증가하지만, 중심 부분에서는 풍속이 급감해 구름과 바람이 없으며 대체로 맑고 고요하다. 이 부분을 일명 ‘태풍의 눈’이라고 한다. 눈의 크기는 보통 직경20~50㎞정도지만,100㎞가 넘는 경우도 있다.
태풍은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지 오래다. 태풍은 인명과 재산상 엄청난 피해를 안겨주기도 하지만, 순기능도 많다. 환경정화 등 사회전반에 미치는 경제적 보탬도 만만치 않다. 재산상 피해는 산정기준에 따라 피해액을 추산해 내지만, 경제적 이익은 대부분이 간접적 가치로 평가되기 때문에 금액으로 산출하기는 어렵다.
사회·경제학자들은 재산상 피해액 대비 경제적 효과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다에서는 심해의 플랑크톤을 끌어올려 물고기의 먹이를 풍부하게 해준다. 해수를 순환시켜 산소량을 대량 공급해 적조현상을 막아 바다 생태계를 정화 시킨다. 육지에서는 각종 병충해를 쓸어간다. 미세먼지 등 대기질을 개선 시키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태풍을 순기능으로 전환하려면 강도와 크기를 정확히 분석함은 물론, 이동경로 예보도 오차범위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한순간의 오보는 치명적인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제 기상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할 때다.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쌓여온 경험과 노하우가 이를 뒤받침 한다. 피해만 끼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태풍도 반가운 손님이다. 역기능에서 순기능을 잘 응용하는 태풍으로 맞이하자. 언젠가는 8월의 저주가 8월의 축복으로 바뀔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
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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