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고 아웅하라는 소리로 들린다. 도대체가 이해 안 되는 해명이다.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과장 일이다. 사회복지법인 성심동원에 이사로 등록돼 있다. 임기는 2019년 5월부터 3년이다. 특수교육과 업무와 직접 연관된 법인이다. 관련법에 이런 겸직은 제한돼 있다. ‘소속 기관의 장-이 경우도 교육감-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사전 허가를 받지 않았다. 안 받았으니 불법이다.
당사자인 권오일 과장 해명은 이렇다. “겸직 허가서가 사회복지법인 성심동원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아니었다… 허가받았다고 착각했다. 신고한 줄 알았다.” 허가를 받아야 할 당사자는 권 과장이다. 허가를 해주는 당사자는 이재정 교육감이다. 성심동원은 허가와 관련된 어떤 권리나 책임도 없다. 당연히 제출 서류로 요구할 필요가 없다. 공직자인 권 과장이 해야 할 의무였다. 왜 성심동원 첨부서류 목록을 핑계 삼나.
허가받았다고 착각했다는 얘기도 궁색하다. 권 과장은 비슷한 시기에 안성 모 중학교 이사로도 등록했다. 여기엔 겸직허가를 받았다. 성심동원은 교육청 예속성이 훨씬 강하다. 최근 5년간 지원받은 국비만 109억5천만원이다. 권 과장 직무와의 관련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중학교 이사 등록에는 챙겼던 겸직 허가서를 정작 이런 법인에만 몰랐다는 게 믿을 소리인가. 더구나 ‘신고한 줄 알았다’는 건 앞뒤도 안 맞는다.
권 과장이 이 자리를 가벼이 보지 않았을 거란 다른 방증도 있다. 2017년 법인이 특수교사를 채용했다. 여기서 의혹이 있다. 지원자 한 명이 성심동원 이사의 사위였다. 최종 합격했다. 일부에서 이 과정의 비리를 제기한다. 권 과장은 당시 외부 위원이었다. 평택 에바다 학교 교장이었다. 권 과장은 채용 비리 의혹을 부인한다. 아직 그 진실은 확정되지 않았다. 그 2년 뒤 권 과장은 허가도 없이 그 재단 이사가 됐다.
본보 취재에 대해 권 과장이 밝혔다. “실수였다.” “겸직 허가를 신청하겠다.”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아닌가. 겸직 허가는 보직 전에 받는 게 원칙이다. 권 과장은 허가 없이 성심동원 이사를 맡았다. 원칙상 등록 무효다. 이제 와서 허가받을 필요도 없다. 더 큰 문제는 공직자의 현행법 위반이다. 국가공무원법상 불법행위는 기수(旣遂)다. 단순 실수였더라도 그건 징벌 경중의 근거일 뿐이다. 처벌 자체가 면제될 건 아니다.
권 과장은 2014년 선거에서 진보진영 경선후보였다. 당해 선거는 이재정 교육감이 당선됐다. 이후 2017년, 도교육청 특수교육과장에 임명됐다. 그는 특수교육계의 거물로 통했다. 이래저래 항간에는 경기도교육청, 또는 이재정 교육감과 엮어 설명하는 추론이 나돌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이번 의혹의 진상을 엄히 밝히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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