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 시선으로 바라본 생명과 죽음, 삶의 소중함 느끼다
유성호 교수님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 법의관을 겸임하고 있다. 세월호 등 주요 사건 및 범죄 관련 부검의로 알려진 유명한 분이다.
유성호 교수님을 처음 접한 건 우연히 교수님의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를 봤을 때다. 두껍지는 않지만, 굉장히 알차게 죽음과 관련한 여러 이슈를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는 ‘의사 조력 자살’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내가 생명을 살리는 직업으로만 여겨왔던 의사가 외국에서는 아주 드물지만, 어떤 경우 환자가 죽는 데 도움을 제공하기도 하는 점이 일단 놀라웠다. 유 교수의 저서를 탐독하고 더 나아가 영광스럽게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법의학 분야에 관해 새로운 관심이 커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Q.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소극적 안락사인 ‘연명 의료 중단’만을 허용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적극적 안락사와 조력 자살을 모두 허용하고 있는 국가는 무척 드문데 우리나라에서도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A. (소극적 안락사는) 엄격한 조건에서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돌이킬 수 없는 질병,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순간, 진단한 의사 외 다른 의사 2명, 정신과 의사가 우울증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연명 의료 다음에 바로 소극적 안락사가 아니고 중간 단계가 많다. 제한된 소극적 안락사는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인간의 존엄적인 마지막의 죽음을 위해 허용돼야 한다.
Q. 과학 기술이 발전해 미래에 죽지 않는 세상이 왔을 때 삶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거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나.
A. 의학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질병 치료에 대한 능력이 향상된다고 하더라도 호모 사피엔스로서의 생물종으로서 수명은 유한할 수밖에 없다. 뇌는 어쩔 수 없이 퇴행을 겪고 부검을 하면 할머니, 할아버지의 뇌는 뇌의 주름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 유한한 삶이기 때문에 죽음이 있기 때문에 더욱 삶이 즐겁고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잊혀지는 것도 소중하다.
Q. 가장 인상 깊은 부검 사례는.
A. 병원에서 사망 원인을 알 수 없거나 타인에 의한 죽음일 때 부검을 한다. 사망 원인을 밝히는 것이 국가 정책, 헌법, 인권 등에 있어 무척 중요하다. 1년에 200건 정도의 부검을 하는데 그 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사례는 2014년 의정부에서 화재가 났는데 어떤 여성이 5살짜리 아이를 끌어안은 채 화재 현장에서 발견됐다. 여성은 전신 화상을 입었는데 아이는 손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그 모습이 지금까지….
Q. 의과대학, 약학대학 등으로 진학하려는 고등학생들에게 해주실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A. 공부 열심히 하는 게 좋다. 우리가 다루는, 그리고 다루고 싶어하는 것이 인체라는 것이고 약학, 의학 모두 직접적으로 인간을 다루는 학문이다. 불완전한 인간이 불완전한 인간에게 다뤄지는 것이며 완벽을 기할 수밖에 없다. 공부할 때는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한다. 깊게 생물학, 유전학에 관심 갖는 것도 좋겠지만 그것들은 대학교에 들어와서 더 공부할 것이다. 일단 현재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해서 했으면 좋겠다.
박윤수(가평 청심국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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