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무너지는 경인아라뱃길 보행로 하단 방치

인천 서구에 있는 경인아라뱃길의 보행로 하단(사면)이 무너지고 금이 가는 등 붕괴의 전조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한국수자원공사는 손을 놓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문제가 불거진 후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보수공사 업체를 선정하지 못한 것은 물론 현장 통제 등의 안전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1일 오전 10시께 아라천 남단 88번 지점 인근. 보행로 하단에 지름 13m의 큰 구멍이 뚫려 있다. 벽면의 일부가 무너져 생긴 구멍 안으로는 울퉁불퉁한 암반과 이끼가 보인다. 공사 당시 박아놓은 지지 용도의 붉은색 록볼트, 철골까지 그대로 드러나 위태롭다. 뻥 뚫린 곳 바로 위에는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는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구멍이 생긴 곳 바로 위 보행로에는 약 4m 길이의 금이 가 있다. 보행로 하단에 구멍이 생기면서 보행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통행 제한은 물론 위험구간임을 알리는 안내판조차 없다. 인근의 유람선 전망 데크의 난간은 휘어지고 부서진 채 밧줄로 묶어 놓은 상태라 안전사고 우려를 키운다.

인근 주민 김장성씨(66)는 “2개월 전부터 아라천에 오고 있는데, 올 때마다 보수가 안 돼 있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인도 밑이 뻥 뚫려 있으니 하중을 못 견뎌서 점점 금이 가는데 도로가 무너질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경인아라뱃길 아라천 88번 지점은 지난 2012년 10월 준공했다. 수자원공사는 준공 당시 해당 구간이 붕괴에 취약한 편마암 등으로 이뤄진 점을 고려해, 암반을 지지하는 록볼트를 박고 콘크리트를 덮는 보강공사를 했다.

그러나 8년도 되지 않아 암반을 지지하는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면서 전문가들은 부실공사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또 유람선이 지나다니면서 생긴 파도(항주파) 때문이라는 수자원공사의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파도 때문이라면 88번 지점만 무너질 이유가 없다”며 “문제가 일어난 곳은 붕괴 위험성이 큰 편마암 지대기 때문에 길이가 긴 록볼트를 더 촘촘하게 박아 암반을 지지했어야 했다”고 했다. 이어 “인도에 금이 간 것은 붕괴가 시작됐다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 보수공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자원공사 측은 육안으로 자주 확인했지만,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벽면이 무너진 후 육안으로 자주 확인했지만 구멍의 형태나 크기에 변형이 없어서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긴급 발주를 해서 8월 내로 보수공사를 마치고, 난간도 홍수기 이후에 고치겠다”고 했다.

김보람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