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 3개월도 채 안 된 시점에 용인의 한 물류센터에도 화마가 덮쳐 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특히 화재가 발생한 물류센터 건물은 2018년 준공 이후 단 한 차례도 소방점검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9분께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소재 SLC 물류센터(지하 5층~지상 4층, 연면적 11만5천여㎡)에서 큰 불이 나 현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소방 당국은 지하 4층에서 사망자 5명을 발견했으며, 이곳에서 통상적인 물건 상하차 작업이 이뤄졌던 것으로 파악했다. 지하 4층에는 오뚜기물류서비스와 JOPNP(물류업체) 등 2곳이 입점해 있고, 사상자 모두 이들 업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현장에 있던 노동자들은 이날 지하 4층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으며, 소방 당국도 지하 4층을 발화점으로 추정하고 있다. 권오거 용인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지하 4층까지 (소방대원들이) 도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현재 지하 4층에 있던 냉동탑차 아니면 기계 쪽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화재가 난 SLC 물류센터는 2018년 12월 준공 이후 소방시설 인증 절차 외에 별다른 소방 점검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건물은 지난 1월부터 오는 2023년까지 경기도소방재난본부의 화재안전 정보조사 대상에 포함됐지만, 다중이용시설 및 요양기관 등의 우선 점검 방침에 따라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4월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시작된 냉동ㆍ냉장창고, 대형공사장 전수조사에서도 공사현장이 대상인 탓에 물류센터의 건물은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날 화재 현장을 찾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신속한 원인 파악과 엄중한 문책을 약속했다. 이 지사는 “38명의 노동자가 희생된 이천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한 지 석 달도 채 되지 않았다”며 “최대한의 행정력을 투입해 신속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그 책임을 끝까지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관할 경찰서인 용인동부경찰서 서장을 팀장으로 한 수사전담팀을 꾸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등 관계기관과 함께 합동감식을 진행해 화재 원인을 밝히고 화재의 책임소재를 규명할 방침이다.
정민훈ㆍ김승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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