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제5활주로 신설 무산 위기…동남권신공항 건설사업에 빌미

인천국제공항 제5활주로 건설이 지지부진하다 못해 무산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급감한 항공수요의 회복을 기약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천국제공항공사 역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5활주로 건설이 완전히 무산될 경우에는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동남권신공항 건설사업에 빌미를 줄 수도 있어 인천공항의 위상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와 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최근 국토부는 2025년께 5활주로 건설 공사에 들어가려 했던 공항공사를 대상으로 착공 시기를 최소 1~3년 이상 늦추도록 지시했다. 국토부는 항공수요를 확보하지 않는 이상 5조원가량이 들어가는 5활주로 건설을 계속 보류하겠다는 입장이다.

공항공사는 이 같은 국토부의 입장을 두고 5활주로 건설을 포기해야 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코로나19로 급감한 항공수요를 언제 회복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공항공사 내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떨어진 항공수요를 더는 회복할 수조차 없을 것이라고도 판단하고 있다. 결국, 항공수요를 확보할 수 없어 5활주로 건설이 완전히 무산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공항공사는 현재 5활주로 건설을 엄두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사상초유의 재정난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줄어든 여객 등에 따라 수익이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제2여객터미널 확장과 4활주로 건설 등 4단계 건설사업의 총사업비(4조8천억원)를 모두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공항공사는 1~7월 매월 1천억~4천억원씩 일반채권(장기)과 기업어음(CP·단기) 등을 발행한 데 이어 8~9월 매월 2천500억원씩 모두 1조8천억원을 차입한다는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다.

공항공사는 이러한 상황 등을 종합해 5활주로 예정부지를 물류단지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해당 방안은 국토부가 오는 12월 확정·고시할 제6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2021~2025년)에도 담길 예정이다.

이를 두고 자역사회와 정치권에서는 5활주로 건설이 무산될 경우 우리나라의 유일한 국제공항인 인천공항의 위신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남권 정치권을 중심으로 동남권신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군불을 지피는 가운데, 5활주로 건설 무산은 좋은 빌미를 줄 수 있다. 오는 2022년 치러질 대선과 관련해 여당에서 경남권의 표를 위해 동남권신공항 건설사업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다. 이는 지역경제에 치명적이다.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한 환승서비스산업과 관광산업은 기반을 송두리째 잃어버릴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 관계자는 “5활주로 계획이 불안정한 항공수요 예측 등으로 늦춰진 것은 맞다”며 “사업이 장기간 늦춰지거나 무효화할 경우를 대비한 다각적인 활용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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