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젊은이가 고향을 뜬다. 그리고 무작정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청년에게 미국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도 이름 없던 국가 출신의 젊은이에게 말이다. 갓 스무 살을 넘긴 한낱 외로운 존재에게 과연 인생의 이정표는 있을까. 누군가 아는 척을 하면서 귀띔해준다. “이봐! 남부 캘리포니아에는 태양이 얼마나 강렬한지 비가 내리지 않을 정도라고.”
▶대도시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그렇게 몇 년을 살았다. 어느 날 태양이 이글거린다는 그곳으로 향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한 건 딱히 없었다. 무작정 남쪽으로 내려갔다. 영화 같은 이야기가 이뤄질 것 같았다. 자신감은 없었다. 물론 뚜렷한 직장도 없었다. 남부 캘리포니아에 내리니 비가 억수 같이 퍼붓고 있었다, 현실은 늘 반전이다. 불현듯 집에 가고 싶었다.
▶앨버트 하몬드(Albert Hammond)의 명곡 <It never rains in Southern California>
의 노랫말이다. 트롯트가 대세인 요즘, 뭔 뚱딴지같은 얘기냐고 핀잔을 듣겠지만 그의 곡들은 록(Rock)으로 분류된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그의 곡에는 유난히 비와 관련된 사연들이 많다. 또 다른 명곡 <For the Peace of All Mankind>도
그렇다. 시원한 빗줄기가 소박한 인류의 평화라는 게 결론이다. 그의 노랫말은 대부분 그 자신의 자서전이다. 앨버트도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영국에서 대서양을 건너왔다.
▶빗물, 빗방울, 빗줄기, 소나기, 이슬비 등 비를 일컫는 어휘들은 섬세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라는 자연현상은 뭔가 우울하고 슬픔의 대명사다. 유행가에서도 비와 관련된 노랫말은 안타깝다. 가수 송창식의 <비의 나그네>에서도 비는 슬픔이다. 그런데 색다르다. 또 다른 반전이다. 송창식 방식의 감성으로는 빗소리는 그리운 임의 발걸음 옮기는 소리다. 하지만 역시 결론은 애달프다. 비가 내리면 임이 오시는 반가움이고 비가 그치면 임이 떠나는 애틋함이다. 결은 다르지만, 결론은 섧다. 이번 주 내내 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날마다 우요일(雨曜日)이다. 비가 오면 그리운 임이 오신다는 노랫말의 반전이 이뤄지는 한 주일이길 기대한다. 일상의 반전은 더욱 반갑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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