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자동심장충격기 의무설치 아닌 공동주택 수두룩

주민 안전 적신호

인천지역 공동주택 중 절반은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심정지시 생존률을 6배 이상 높여주는 AED의 보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보건복지부는 난색을 표한다.

23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천의 공동주택단지 822곳 중 AED 설치 의무가 없는 곳은 388곳(47.2%)에 달한다.

AED를 설치하지 않는 건 관련 법 때문이다.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상 AED 설치 의무가 있는 건 500가구 이상인 공동주택 뿐이다. 500가구 미만의 공동주택 단지는 AED를 의무적으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AED는 심정지로 쓰러진 환자에게 전기충격을 가해 심장이 뛰도록 하는 응급의료장비다. 심정지 환자의 골든타임은 4분인데, 현실적으로 신고를 받은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이때 AED가 설치돼 있다면, 구급대원의 전화 안내에 따라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생존확률이 6배 이상 높아진다고 말한다. 또 심정지 환자의 대부분이 주거지에서 생기는 만큼 공동주택의 AED 설치 여부는 생명과 직결한다는 설명이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주거지 내의 심정지 신고로 구급차가 출동한 횟수만 2천298건”이라며 “심정지 환자는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 응급조치가 중요해 신고가 오면 주변에 AED가 있는지부터 확인한다”고 했다.

고광필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AED를 주거지에 적절히 배치해야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조직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일정가구 이상이라는 기준을 두지 말고 소규모 주거지에도 AED설치를 권장하거나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AED의 확대 보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1대당 100만~400만원으로 설치 비용이 비싼 것은 물론 공동주택에 설치한 AED의 관리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배터리와 패드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AED가 공동주택에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섣불리 보급확대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시는 보건복지부와 논의해 확대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500가구 미만 주택단지까지 AED보급을 확대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최근 AED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확대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강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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