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곳곳 인도 없는 ‘아찔한 통학로’…학생 안전 무방비

▲ 25일 수원 장안구 수성로 258번길에 인도 없이 도로가 펼쳐져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장희준기자
▲ 25일 수원 장안구 수성로 258번길에 인도 없이 도로가 펼쳐져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장희준기자

‘보행자 중심 교통정책’을 표방하는 수원 곳곳에서 인도 없는 통학로가 아이들의 보행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25일 오전 장안구 수성로 258번길.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차도 위로 걸어다녔고 차량은 보행자를 피해 중앙선을 넘나들며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인도가 없기 때문이다. 220여m에 걸쳐 늘어선 학원, 서점 등 상가에서 문을 열면 바로 도로가 인접해 있어 주민들은 고개를 빼끔 내밀고 차량 유무를 살핀 뒤에야 길을 나섰다.

더욱이 이곳은 화홍초등학교(학생 936명)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차량속도측정기 등 안전장치가 전무했다. 도로 위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글씨를 빼면 이곳을 스쿨존이라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아이들을 데리러 나온 미술학원 원장 하유영씨(45)는 “차들이 어찌나 빨리 달리는지 매번 마음을 졸인다”며 “수년째 시청, 구청에 대책을 요청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고 토로했다.

화홍초 2학년 이예린양(9)은 “이곳을 지날 때마다 너무 무서워요”라며 “자동차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두려움을 표했다.

이날 오후 영통구 영통로 501번길도 상황은 마찬가지. 황곡초등학교(학생 908명)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순간부터 아이들은 자동차와 뒤섞여 차도 위로 가야 했다. 대로변 어린이보호구역이 끝남과 동시에 인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인근 청명센트레빌아파트(233세대)에서 학교까지 걸어보니, 불과 160여m를 걷는 동안 차량 23대를 앞뒤로 마주쳤다. 불법 주정차된 차량 너머로 갑자기 튀어나오는 차부터 어느새 등뒤에서 경적을 울려대는 차까지, 한시도 마음 놓고 걸을 수 없었다. 학원, 태권도장에서 나온 아이들이 차보다 먼저 지나가려다 차량들이 굉음을 내며 급정거하는 등 다리가 후들거리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수원 곳곳 통행로에서 인도 없이 차도 펼쳐져 보행자 교통사고 발생 우려되고 있다. 25일 오후 수원 화홍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들이 차도로 통행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수원 곳곳 통행로에서 인도 없이 차도가 펼쳐져 보행자 교통사고 발생 우려되고 있다. 25일 오후 수원 화홍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들이 차도로 통행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김세현씨(38)는 “아이가 학교까지 가는 동안 도대체 몇 대의 차를 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매일 등하굣길에 함께 할 수도 없고 참 걱정스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 분석 자료(2013~2016년)를 살펴보면 길을 걷다 교통사고로 숨진 보행자 10명 중 7명이 이처럼 인도가 없는 도로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차용혼용도로(인도 없는 도로)에서 보행자 사망은 3배, 부상자는 3.4배 더 발생했다. 또 보행 중 사망자 7천15명 중 보차용혼용도로 사망자가 5천252명으로, 무려 74.8%를 차지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보도를 새로 만들기 위해선 관할 구청과 경찰서의 협조, 주민들의 도로 축소 및 보도 신축에 대한 동의가 필요해 절차가 쉽지 않다”면서도 “현장의 문제를 최대한 수렴해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는 등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수원 곳곳 통행로에서 인도 없이 차도 펼쳐져 보행자 교통사고 발생 우려되고 있다. 25일 오후 수원 화홍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들이 차도로 통행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수원 곳곳 통행로에서 인도 없이 차도가 펼쳐져 보행자 교통사고 발생 우려되고 있다. 25일 오후 수원 화홍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들이 차도로 통행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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