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광폭 행보에서 속도 조절…임기 후반기, 도정 성과로 승부 예상

‘족쇄 없는 잠룡’으로 도약하며 거침없는 광폭 행보를 선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양새다. 영향력이 커지면서 발언ㆍ행동에 대한 신중함도 강조, 기본으로 돌아가 경기도정 성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경기일보는 대법원 선고 이후 열흘간 이 지사의 행보를 되짚으며 그의 의지를 들여다봤다.

■자신감 붙은 이재명…정부ㆍ국회 넘나드는 광폭 행보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다음날인 지난 17일 이 지사는 도청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정말로 지옥에서 되돌아온 것 같다”며 그간 심경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보고할 때 애매한 표현 쓰지 마라”, “제가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했죠” 등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서며 달라진 위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18일에는 국회의원 전원에게 ‘병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필요성을 알리는 편지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광역단체장이 300명 의원과 동시에 소통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에 ‘단순 서한’이 아니라 ‘대권 주자의 본격 몸 풀기’가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19일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서울 핵심 요지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훼손하는 방식보다 신규택지 개발 등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정부 부동산 정책에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다. 특히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벨트 보존’ 입장을 발표하면서 이 지사의 입지는 더욱 커졌다.

■달라진 말의 무게…정치 이슈 언급에 숨 고르기

이 지사의 광폭 행보는 20일 ‘무공천 발언 논란’으로 주춤했다. 이 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무공천하는 게 저는 맞다고 본다”면서 “도저히 정치적으로 견딜 수 없다면 당이 국민에게 석고대죄하고 그다음에나 당이 규정을 바꾸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당내 반발을 샀다. 이 지사가 이틀 뒤 “서울ㆍ부산시장 무공천을 주장한 바가 없다”며 “의견과 주장은 다르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기도정에 집중…임기 후반기 도정 성과로 승부

이 지사 행보는 도정에 더욱 집중하는 모양새다. 21일 경기도형 기본주택, 22일 비정규직 고용불안정 지원금 등의 정책을 각각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23일 ‘소재ㆍ부품ㆍ장비 육성방안 국회 토론회’ 직후 기자단 질의에서는 “제가 하던 일(도정)을 열심히 하려 한다. 저에 대한 기대도 경기도정ㆍ성남시장으로서 성과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한다”며 향후 행보를 직접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어 24일 SNS에서는 최근 ‘수돗물 유충 사태’와 관련해 “수돗물 문제는 생산공급과정의 문제라 볼 수 없고 최종사용자 저수조 오염 등의 문제로 보이니 안심하셔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25일에도 역점 추진한 계곡ㆍ하천 정비사업의 양평군 사례를 소개하는 등 임기 후반기 도정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그동안 코로나19 대응, 재난기본소득, 하천ㆍ계곡 정비 등을 통해 경기도정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면서 “대법원 선고 이후에도 도정에 대한 책임을 거듭 강조한 만큼 부동산 정책을 비롯한 도민의 삶을 개선하는 정책 의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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