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코로나19 아이콘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일상화된 용어 중의 하나가 ‘아이콘(icon)’이다. 이것은 초상이나 형상과 같은 상(像)을 의미하는 단어로서 특정한 의미를 드러내거나 부각시키려고 할 때 사용되는 문화어이며, 컴퓨터의 일반 문자와 숫자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픽토그램’(Pictogram)로써 1970년대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초보자들이 쉽게 다룰 수 있도록 제록스 펠러앨토 연구소가 개발한 도구이다. 그런데 굳이 초상이나 형상이 아니어도 분위기를 부각시키고자 스스로 아이콘이라 자처하거나 사회 환경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6인조 아이돌 그룹 ‘아이콘’과 사회문제가 되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차별 아이콘’이 그런 경우이다. 그룹 ‘아이콘’은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려는 의지를 담고 영어 ‘icon’의 ‘c’를 ‘Korea’의 ‘k’로 바꿔 ‘iKON’이라 부르게 되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차별 아이콘’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사례를 지적하여 사회 문제를 부각시키고 해결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지난해 연말을 앞두고 시작된 코로나 재앙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아이콘이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상징하는 세균의 그림이 등장하더니 마스크와 손 소독제, 거리 두기, 비대면 교육 등 세분화된 일상들이 2020년 내내 지구촌의 아이콘이 되어 환경을 지배하며 짓누르고 있다. 마스크를 하지 않거나 손 소독제를 부지런히 바르지 않기라도 하면 마치 그것이 일탈의 이유라도 되는 듯이 눈치를 주고 봐야 하고,나를 대하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바이러스 전파자 같은 공포감이 드는 괜한 경계심에 사회적 거리, 생활 속 거리를 두면서 살다 보니 ‘방콕’ 형의 새로운 생활 아이콘도 생겼다. 그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인명피해, 질병의 고통, 경제적 피해, 사회적 불안감은 코로나 이후에 대한 염려를 드러내면서 그것들이 정치경제적이든, 사회문화적이든, 아니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지 분명히 변화될 것이기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변한다. 특히 ‘코로나 이후의 세계’의 저자인 미래학자 제이슨 생커(Jason Schenker)는 이러한 염려를 ‘20년간 드리울 그림자’로 표현하면서 일자리, 교육, 에너지, 통화정책, 부동산, 농업, 공급망, 미디어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일상이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야말로 다양한 새로운 아이콘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다.

아이콘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삶의 상황은 어쩔 수 없이 생겨나지만 아이콘은 그 시대의 환경에 맞춰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아이콘을 자처하는 몇몇 조직과 개인들을 통해 얼마든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아이콘이든지 그 시대의 환경에 어울려야 제맛이고 제멋이라는 거다. 그렇다고 볼 때 코로나19로 인해 생겨나고 앞으로 생겨날 아이콘들이 모두 어두운 그림자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구약성경 잠언에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4:23) 하였고, “구부러진 말을 네 입에서 버리며, 비뚤어진 말을 네 입술에서 멀리 하라.”(4:24) 하였다. 그러므로 코로나 재앙의 시대,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이 시대 나의 아이콘은 무엇보다도 ‘긍정’이어야 하겠다. 남을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이어야 하겠고, 환경을 대하는 태도도 ‘긍정’이어야 하겠으며, 미래를 기대하는 기다림도 ‘긍정’이어야 하겠다. 당하는 재앙이 아무리 거세다 하더라도 나를 지킬 수 있는 최고의 방어 기제는 바로 내가 만들어내는 ‘긍정’이기 때문이다.

강종권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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