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검찰 수사 및 지휘권을 대폭 축소하는 개정안을 밝혔다. 검찰은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며 애써 태연해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법조계 및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이번 방안이 실현될 경우 검찰권의 추락은 유례가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본다. 개혁안의 내용을 보면 이런 분석이 괜한 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6대 범죄로 좁혔다. 검찰청법에 명시된 부패범죄, 경제 범죄, 공직자 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 범죄, 대형 참사다. 법무부령을 통해 수사 대상 공직자의 직급과 경제 범죄 금액 기준이 또 한 번 좁혀진다. 공직자는 4급 이상, 뇌물 사건은 수수금액이 3천만원 이상,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이 적용되는 경제 범죄, 사기·배임·횡령 사건은 피해 규모 5억원 이상이 돼야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
검찰의 힘을 빼는 또 다른 요소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 협력 관계’다. 현재 소송법에서 양 기관의 관계는 ‘지휘’다. 경찰 수사권이 강화됐다지만 여전히 ‘검사의 수사 지휘권’이라는 기본 틀은 바뀌지 않았다. 이걸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서로 의견이 다를 경우 검찰과 경찰은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을 수사준칙에 명시할 것이라고 한다. 검찰로서는 경찰 지휘 권한을 내주는 것이다.
당정이 이런 개정안을 발표한 것은 30일 오전이다. 바로 하루 전 검찰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부장검사가 검사장을 폭행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채널A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정진웅 부장검사가 한동훈 검사장을 넘어뜨리고, 올라타고, 얼굴을 찍어 눌렀다는 것이다. 술자리에서 일어난 우발사고가 아니다. 법무연수원 내 한 검사장 사무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목격한 직원들이 다수 있다니 사실인듯싶다.
한 검사장은 고소하기로 했다. 정 부장검사는 병원에 입원했다. 누구의 잘못이 더 큰가. 이 의미 없는 질문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다. 역대 검찰에서 이런 추한 모습이 목격된 적은 없다. 국민이 아연실색하고 있다. ‘검찰이 갈 데까지 갔다’는 조소가 이어진다. 이 일 하루 만에 ‘검찰의 손발을 자르는’ 개혁안이 공개됐다. 시기가 참으로 묘하다. 이 국면에서 누가 검찰 편을 들겠는가. 검사장을 올라탄 부장검사 모습이 훤한데.
난투극이 의도된 충돌은 아니었을 것이다. 당정 발표가 난투극 영향도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 눈에는 하나로 연결된다. ‘난장판 검찰을 바꿔야 할 조치’로 여겨진다. ‘당연히 권한 뺏어야 할 기관’으로 비친다. 정치권에는 ‘빼앗기 좋은 기회’로 여겨진다. 자중지란(自中之亂)이라는 흔한 표현 외에 설명할 어휘가 없다. 검사는 파벌 나눠서 갈등하고, 하급자가 상급자 폭행하고, 그러면서 개혁을 스스로 초래했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이란 게 있었다. 본디 수사 원칙을 규정하는 기준이다. 하지만, 검찰은 조직도 그렇게 했다. 그런 질서로 유지된 게 검찰 조직의 힘이다. 이게 사정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 결과가 곧 검찰을 향할듯하다. 경험 못한 권한 박탈로 내용이 꾸려졌다. 어느 누구도-정치도, 국민도, 언론도- 탓하면 안 된다. 그동안 검찰을 믿고 사랑했던 사람들조차 이 일련의 사태에 분노하고 실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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