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망 피해 학교 앞까지 침투한 성인용품점, 방법 없어 학부모 '분통'

▲ 부천시 상동 코오롱이데아폴리스 상가 1층에 위치한 성인용품점
▲ 부천시 상동 코오롱이데아폴리스 상가 1층에 위치한 성인용품점

“엄마, 어덜트샵(ADULT SHOP)이 뭐예요?”

31일 정오께 부천 상동의 주상복합아파트 코오롱이데아폴리스 상가 1층을 지나가던 초등학교 1학년생이 한 가게를 가리켰다. 시선을 옮긴 학부모 최경미씨(42)는 간판을 보고 아이의 손을 잡아 당기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성인용품 판매점이었다. 곳곳에 하얀색 시트지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ADULT SHOP’, ‘19+’ 등 선정적인 문구들은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최씨는 “딸아이가 갑자기 질문해서 너무 당황스러웠다”며 “아파트 내 아이들이 한둘이 아닌데 교육이나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 성인용품점과 260여m 떨어진 곳에는 초등학교도 있었다. 기자가 가게에서 초등학교까지 걸어보니 대략 아이들 걸음 속도로 천천히 걸었음에도 3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업소는 위법이 아니다. 현행법은 단순 거리로만 청소년 유해물건 판매시설 설치를 막고 있어서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 경계로부터 200m 이내는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구분돼 청소년 유해물건 판매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

학부모 등 주민들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 김대중씨(53)는 “이 가게는 애초 부동산 등으로 업체 신고를 하고 대출 승인 등 받은 후에 성인용품수출입을 등록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아파트 상가 내 성인용품점은 아동친화도시를 지향하는 부천시 조례와도 맞지 않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부천시의회까지 나선 상황이다.

이동현 부천시의원은 “현재 입점한 점포는 운영지침상 위락시설로 분류되고 아파트는 1종 근린생활시설”이라며 “부천시와 모든 법률 검토를 끝낸 후 행정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부천시 상동 코오롱이데아폴리스 상가 1층에 위치한 성인용품점
▲ 부천시 상동 코오롱이데아폴리스 상가 1층에 위치한 성인용품점

최근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성인용품점도 늘어 학부모들의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화성 동탄신도시 내 학원가에 위치한 S 성인용품점은 점원이 따로 없는 무인 가게로 청소년들도 아무런 제재 없이 출입할 수 있었다.

청소년보호법을 보면, 청소년이 성인용품 판매점을 출입했을 경우 업주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 업소는 ‘19세 미만 청소년 출입ㆍ고용 금지업소’라는 문구만 적혀 있을 뿐 별다른 차단 장치는 없었다.

해당 매장을 지나던 주부 K씨(45)는 “아이가 학원을 이 근처로 다니는데 혹시나 호기심에 이곳을 들어올까 우려되는 마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자체들은 현행법의 한계로 법망을 피해 교묘히 파고든 성인용품점 설치를 막을 수 없다고 하소연만 할 뿐이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지자체 관계자는 “성인용품점은 자유업종으로 분류, 지자체에 영업신고나 등록 절차 없이 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다”라며 “법률상 조치할 방법이 없어 청소년 출입ㆍ고용금지 스티커를 부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부천시 상동 코오롱이데아폴리스 상가 1층에 위치한 성인용품점
▲ 부천시 상동 코오롱이데아폴리스 상가 1층에 위치한 성인용품점

김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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