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사회, 동행] 갈등 허물고...손잡고 더 큰 대한민국 가자

코로나로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 클럽발 연쇄 감염 인한 세대 갈등
대형마트·제조업 등 노사 간 대립, 남녀간 성 혐오 양상까지 잇따라
난제 극복 국민 힘 모아야 할 때

코로나19로 대한민국이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경제의 근간이라고 불리는 제조업 일자리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3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했다. 또 항공ㆍ여행ㆍ관광ㆍ숙박ㆍ외식업 등의 수요가 코로나19 여파로 급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어 국내 모든 지표는 더욱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여전히 여러 갈등이 만연한 실정이다. 세대 갈등부터 남녀, 노사 등 다양한 형태의 갈등 요소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코로나19라는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갈등을 멈추고, 손을 맞잡아 고난을 극복하는 ‘연대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편집자 주

■ ‘감염 경로’로 불거진 세대 갈등

올해 5월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코로나19가 다시 경기도 지역사회에서 급속도로 전파하게 된 계기가 발생했다. 바로 이태원 클럽에서부터 시작돼 안양 1번가 등으로 확산한 연쇄 감염이다. 당시 연속으로 확진자가 나왔던 안양 1번가(안양역 인근 상권)를 방문했거나 주변을 다녀갔다고 신고한 시민만 1천명 이상이었다. 클럽과 주점, 코인노래방 등 주로 10~20대의 젊은 층이 찾는 장소에서 연쇄 감염이 계속 발생하자 감염병 위기상황에도 불구,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는 신세대를 향한 기성세대의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이런 비판은 주로 40~50대의 기성세대가 활동하는 온라인 맘카페와 부동산ㆍ생활정보 등을 공유하는 지역 커뮤니티 등에서 제기됐다. 당시 맘카페와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외부 활동이 가장 많은 젊은이가 코로나19에 걸리고 돌아와 아이와 노인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옮기려 한다”, “코로나19 사망자가 10~20대가 많았다면 40~50대가 무책임하게 밖으로 놀러다녔을까”, “요즘 젊은 층의 의지가 너무 약해 사회적 거리두기도 못한다” 등의 비판 글이 이어졌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 상에서 활동을 많이 하는 젊은 층도 반박하는 글을 올리는 등 세대 갈등이 절정에 달했다. 젊은 층은 인터넷 뉴스와 자신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클럽이나 유흥주점에 다니는 젊은이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데, 전후 사정도 모른 채 젊은 층에게 책임 전가하기만 바쁘다”,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는 인원은 10~20대보다 노인층이 더 많다”, “나이 문제가 아니라 감염병 사태를 얼마만큼 신중하게 보는지 생각과 성향의 문제” 등의 반대 의견을 내세웠다.

■ 절정 이른 노사 대립, ‘치킨 게임’ 치닫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고용시장도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극도로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사용자 측과 노동계 간 갈등이 지속적으로 점화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은 의무휴업일과 임금 문제 등에서 노사가 의견 차이를 보이며 갈등을 보이고 있다. 롯데ㆍ신세계ㆍ현대백화점 등이 코로나19로 매출이 크게 하락하자 전일 근무제 시행계획을 밝혔고, 노조 측은 의무휴업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의 경우 임금 문제로 노사가 대립하고 있다.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는 회사가 지난 3년간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해야 할 휴일근무수당의 100%만 지급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홈플러스는 노조가 제시한 18.5% 임금 인상안을 거부, 이에 노조는 결의대회를 열고 파업에 돌입한 뒤 △정규직 임금 인상률 5.9% △호봉제 도입 △지난해 미지급 임금 소급 지급 등이 담긴 수정안을 회사에 전달했다. 또 노조는 상여금 인상과 노동절 상품권 신설 등의 요구도 철회했다. 그러나 사측은 임금 인상률을 제외하면 수정안도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뜻을 관철하며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르노삼성자동차 등도 노사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코로나19 탓에 발주량이 급감하자 조직 슬림화와 임원 축소 등 긴축경영 정책을 펼치면서 임금 협상과 고용 문제 등에서 노조와 큰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 5월 법인분할 당시 진행된 징계와 해고자 문제가 협상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측은 임금 해결이 우선이고 고용 문제 등은 차후에 논의하자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파업과 직장 폐쇄를 거듭한 끝에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 돌입하긴 했으나 노조가 임금 인상을 적극 요구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는 임금 인상률 4.69%와 코로나19 극복 명목의 일시금 지급 등을 원하고 있으나 사측은 이를 불가능한 요구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도 노사 간 갈등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의 경우 노조 측이 생존 자구책 마련을 위해 유휴자산 매각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사측은 회사의 기내식 사업부를 유휴자산보다 먼저 매각하겠다는 입장이라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 감염병 확산 초기, 남녀 간 ‘성(性) 혐오’ 양상도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남성과 여성이 서로 나뉘어 공격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중국과 국내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중 다수가 중년 남성이던 지난 1~2월 신원이 확인된 여성만 가입해 활동할 수 있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1월20~31일 국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11명 중 대부분이 남성인데, 중년 남성들이 평소에 잘 안 씻어서 그런 것”, “남성이 코로나19에 걸리는 원인은 성매매 때문이다” 등 남성을 혐오하는 내용이 담긴 글이 다수 게시됐다.

반면 지난 3~4월 신천지 집단 감염 여파로 인해 코로나19가 다시 국내에서 무차별 확산할 당시에는 확진자 중 여성 비율이 60%를 넘어섰다. 이는 신천지 교인 중 20~30대 여성이 많은 비율이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방역당국에서 설명한 바 있다. 이 같은 발표가 나오자 반대로 일부 남성 중심 커뮤니티에서도 여성에 대한 혐오 표현이 담긴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젊은 여성은 감성적이라 냉정한 판단을 못해 종교를 맹목적으로 믿는 것”,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당연히 감염병 예방이 더욱 중요한 사안인데, 여성들은 숲은 못 보고 나무만 본다” 등 원색적인 비난이 담긴 혐오글이 게시됐다.

이밖에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19 확산 소식에 따른 성 소수자 혐오 현상도 나타났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 소수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 앱이 무엇인지, 성 소수자가 주로 방문하는 장소나 그들의 행동과 언어 등에 대한 정보가 쏟아졌다. 이에 일부 성 소수자는 SNS를 중심으로 “이른바 찜방이나 블랙수면방 등을 이용하는 성 소수자는 일부”, “성 소수자들이 부정적인 모습으로만 일반화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등 다름을 인정해 달라는 호소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의용 전 국민대 교수 “소통은 여유서 나와…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코로나19 여파로 대한민국이 몸살을 앓는 가운데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세대ㆍ노사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원인을 꼽는다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심한 갈등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갈등이 가장 심한 나라 1, 2위를 차지할 정도다. 그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어서 일일이 설명하기 어렵다. 그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교육 과정이다. 말하기와 쓰기, 듣기와 읽기는 소통의 중요한 방법이다. 말하기와 쓰기는 시험에 나오지 않고, 교과서 내용을 듣고 읽고 암기해서 표현하는 교육을 모든 청소년들이 받고 사회에 나온다. 내 생각을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게 다듬어서 표현하고, 그걸 귀담아 들어주는 소통연습의 과정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또 갈등을 만들고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소통 방식이 국회, 미디어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스마트폰 등 미디어도 대인 소통을 막는 주범이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니 마음이 급해지고 불안해져 소통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소통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 간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을 이뤄내는 데 필요한 변화와 소통 과정이 있다면.

갈등은 또 다른 갈등 거리를 생산한다. 갈등이 없는 사회는 없다. 갈등을 해소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계산하는 소통’이 범람하고 있다. 자신의 유불리만 챙기는 소통만 하는 사회로 물들어가고 있다. 소통은 맹목적인 일상 활동에서 체득되고 발전한다.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놀 시간을 줘야 한다. 직장인들도 가족들과 놀 시간을 늘리자. 당장 가족회의도 열고 여행도 함께 떠나보자. 소통은 ‘여유’라는 밭에서 자란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다양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작은 경험을 통해 소통의 필요성, 방법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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