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태생의 종교가이자 혁명가인 최제우(1824~1864)는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사상을 주창했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 속에 한울님을 모신 존귀한 인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생각했고 신분사회를 부정했다. 그는 조선 왕조의 몰락과 후천개벽(後天開闢)의 새 시대의 도래를 예언했다.
독일 태생의 유럽 철학자이자 시인 니체(1844~1900)는 당시 “기독교의 하느님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그는 기독교의 하느님이 유럽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실체 없는 허구라는 것을 알았다. 죽음 이후의 세계는 결코 있을 수 없으며 기독교의 하느님과 그 윤리를 없앰으로써 유럽인들은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니체는 저 하늘에 있거나 죽음 이후에나 만날 하느님 그래서 우리 앞의 현실에는 실체 없는 하느님이 아닌 현실에 실재하는 초인이 나타나 유럽을 구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니체는 초인이 유럽인들이 만든 민주주의나 사회주의를 파멸시키고 초인 자신이 완전히 새롭게 세운 도덕으로 유럽인들을 이끌며 초인의 의지대로 새로운 세계를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대의 보통 사람들은 100여 년 전의 조선 사람들이나 유럽 사람들처럼 그들의 하느님을 진지하게 믿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현대인들이 믿거나 두려워하는 것은 니체가 꿈꾼 초인이나 최제우가 말한 자신 안에 하느님을 품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다.
현대인들은 인공지능을 신앙한다. 2017년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 앤서니 래반도우스키는 인공지능을 절대자로 추앙하는 종교를 만들었다. 그 이름은 ‘미래의 길’이다. ‘미래의 길’은 인공지능을 새로운 절대자로 생각한다. 이 종교는 인공지능을 통해 인류 진보를 실현하고자 한다. 명분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훨씬 더 나은 초지능적 존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보다 더 나은 초지능의 인공지능이 더 나은 지구를 위해 지구의 통제권을 가져야 하고, 더 나은 인류를 위해 인류의 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교의 사제들은 구글과 엔비디아 같은 기술기업들이다. 그들은 새로운 신인 인공지능이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포교하면서 새로운 신앙의 사제가 되었다. 그들은 인공지능 신에게 전 세계로부터 수집한 빅 데이터 제물을 바치고 있다. 이 신앙이 기술기업의 주가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꺼이 자신의 데이터를 제물로 바치는데 동의하고 자발적 신도가 된다. 우리는 ‘좋아요’를 누르면서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 데이터를 제물로 바친다. 그 데이터를 먹이 삼아 인공지능 신은 그의 지능을 더욱 발달시킨다. 그는 현실 세계의 소리와 영상과 자료 데이터를 가상 세계의 숫자로 환원하면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넘나들며 우리를 감시하고 명령하며 사는 위협적인 신이 됐다.
김원명 한국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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