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기 논란 오산시 잘못도 있어 보인다

오산시가 차량등록사업소에 비치된 민원용 탁자와 복사기를 철거시켰다. 시 소유 청사를 허가 없이 사용하고 수익에 이용했다는 점 때문이다. 민간 차량등록대행사 3곳이 장만해 7년간 사용하던 집기다. 복사용지 및 기본 유지ㆍ관리비도 대행사가 부담해왔다. 사업소를 찾는 일반 민원인들도 사용해 오던 시설이다. 시는 철거에 그치지 않고 7년간 무단 점유ㆍ사용에 대한 징벌적 조치도 함께했다. 1천300만원에 달하는 변상금 부과다.

시 측 설명은 이렇다. ‘시 정기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이고, 대행사로부터 이의 의견서를 받아 감사과에 제출했으나 기각돼 변상금 부과가 불가피했다.’ 얼핏 원칙에 입각한 조치로 들린다. 공용 건물 무단 사용에 대한 철거 명령이야 당연한 조치다. 변상금 부과도 조건이 합당하면 부과하는 것이 맞고 집행돼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 시가 감안해야 할 사안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변상금 부과라는 소급적 징벌에 대해서는 주장이 다를 수도 있다.

7년이라는 기간 동안 집기들은 같은 장소에 비치돼 있었다. 무단 점유ㆍ사용에 대한 조치 규정도 바뀌지 않았다. 시가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 조치하지 않았다. 강제 철거와 변상금 부과라는 조치를 한 적은 더더욱 없다. 대행사 입장에서는 갑작스런 원칙 통고로 들릴 수 있다. 시 정기 감사에서 지적됐다는 주장도 그렇다. 해마다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정기 감사다. 유독 이번 감사에 지적됐다는 점도 의문이다.

대행사 측 주장에 이런 게 있다. “7년 전 당시 사업소장이 ‘사업소 예산이 부족하니 대행사가 민원용 탁자와 복사지를 구입해 민원인들과 함께 사용하면 좋겠다’고 제안해 설치했다.” 사실이라면 시 측이 요구한 집기 설치고, 그래서 문제 삼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기 감사에 지적됐다고 했다. 감사과 검토까지 했다고 했다. 그러면 당연히 이것도 확인했어야 했다. 대행사 측과 당시 소장의 얘기를 들어 볼 필요가 있었다. 이게 부족했던 것 아닌가.

공무원에게는 법과 규정이 중요하다. 시민에게는 행정의 일관성도 중요하다. 공직자의 행동과 말은 시민에는 법이고 규정이다. 그게 잘못됐다면 그 행동과 말에도 책임이 따른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이번 일이 오산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없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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