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불성사나운 무허가 건물이 있다. 횟집이었던 큼직한 건물 두 채다. 허옇게 변색된 간판이 흉하게 달려 있다. 수조로 쓰였던 집기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찼다. 흡사 철거를 앞둔 재개발 현장 같은 모습이다. 이게 대로변에 버젓이 있다. 화성시 우정읍 쌍봉로 회전 교차로다.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도시 미관을 해치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민원도 여러 차례 넣었다. 그런데 국가, 도, 시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해당 부지의 소유주, 관리주체 등이 애매하긴 하다. 쌍봉로 655, 657 부지의 지목은 도로다. 현재 등기부등본상 소유주는 경기도다. 1994년 공공용지로 협의 취득했다. 무허가 건물 관리권도 경기도에 있음직하다. 하지만, 경기도는 사실이 아니다. 지방도에서 국도로 바뀐 사정을 말한다. 토지와 관련된 권한이 화성시로 위임됐다고 한다.
화성시에서는 다른 얘기를 한다. 국유지에 있는 무허가 건물에 대해서는 화성시가 조치할 게 없다고 한다. 더구나 국도 위 무허가 건물이니 국토부가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유자가 경기도다 보니 시정명령을 내릴 수도 없다고 한다. 그러면 국가의 책임인가. 수원국토관리사무소는 정면 부인하고 있다. 문제의 건물 철거 주체는 시(市)라고 설명한다. ‘건축법에 따라 무허가 건축물 조치는 지자체에 있다’는 것이 이유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땅 소유자 경기도, 해당 지자체 화성시, 국도 관리자 국토부가 전부 책임 없다고 한다. 그 사이 주민 민원은 반복됐다. 2019년 3월에는 화성시와 국토부에 함께 접수도 했다. 1년 반이 넘었는데 어떤 기관도 나서지 않고 있다. 분노한 시민들이 직접 철거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엔 경찰에 의해 중단됐다. 누군가의 신고를 접하고 출동한 것이었다. 지켜보고 있는 ‘보이지 않는 주인’이 있었다는 얘기다.
기관을 떠나 주민 입장에서 이 상황을 보자. 흉물이 미관과 안전을 해치고 있다. 눈앞의 현실이다. 그런데 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밀고 있다. 이 황당한 상황이 수년째다. 주민이 기관들의 책임 소재까지 분석해야 하나. 그건 아니다. 주민에게는 권리가 있다. 안전하게 생활할 권리, 쾌적하게 생활할 권리, 불법의 중단을 요청할 권리다. 이 권리가 모조리 묵살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민이 바라볼 곳은 한 곳 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싶다.
청와대 청원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대해 청와대의 해석을 들어볼 수밖에 없다. 땅 소유주(경기도), 건물 소재 지자체(화성시), 땅 관리청(국토부) 가운데 어느 한 기관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최소한 가장 큰 책임이 있음은 외면하고 있다. 혹시 그럴만한 곡절-우리가 모르는-이 있는지 모르지만, 반드시 그 기관을 가려내 저 흉물을 들어내게 해야 한다. 작은 읍(邑)에서 벌어지는 기관간 책임 떠넘기기의 폐습(弊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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