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다시 불붙은 세종시 천도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4년 국정감사장에서 의원들로부터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옮기는 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서울시 예산을 지원해서 라도 수도 이전을 막겠다. 차라리 휴전선이 있는 DMZ로 옮기면 몰라도…”그는 대통령이 되고도 세종시의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했지만 이미 대세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고 세종시는 탄생했고 이제는 대한민국 행정기능의 70%가 작동하는 행정수도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허허벌판에 세워진 세종시는 이제 인구가 30만 명을 뛰어넘어 국회의원도 2명이나 배출했다. 모든 도시기능이 스마트화되고 호수공원과 수목원의 과감한 배치로 세계 20대 명품도시 반열에 올랐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세종시 전부는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과연 세종시로 서울 인구의 과밀화가 해소되었는가. 지난해 말 통계를 보면 세종시에 유입된 인구는 62.4%가 대전, 충남ㆍ북에서 들어온 것이고 서울, 경기도 등 수도권 인구 유입은 5만4천600여 명으로 26.4%에 불과했다. 그래서 세종시 건설에 엄청난 세금을 쏟아 부었지만 그것이 수도권 인구분산에서는 실패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행정수행은 능률적인가. 여기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중요한 정책 이슈가 여전히 서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이 있고 총리공관이 세종시에 있지만 총리가 세종시에서 집무를 한 날을 꼽으라면 거의 기억이 나질 않을 정도다. 그러니 청와대나 총리가 주재하는 회의와 보고는 서울에서 행해지고 각 부처 장ㆍ차관과 고위 공무원들은 주로 서울에 머물러야 한다.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원회가 열릴 때는 각 부처 실무자들까지 모두 서울로 올라간다. 이런 날 국회 로비는 각 부처에서 올라온 공무원들이 의자도 없어 복도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그래서 고속도로에 버리는 돈(출장비)이 몇백억이니 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고 서울로 출장 간 공무원과 세종 청사에 남아 있는 공무원 사이에 ‘카톡’으로 업무 연락을 하는 바람에 ‘카톡 행정’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런 비능률이 어디 있는가. 그런데도 이런 불합리하고 낭비적인 정부 운용이 계속돼야 하는가.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또는 자녀 교육 때문에 주말 기러기 부부가 되는 공무원도 많다. 따라서 이 미완성의 세종시를 완성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청와대와 국회를 통째로 세종시로 옮기자는 주장이 민주당에서 공론화 되면서 ‘집값 파동의 출구전략’아니냐는 비난을 받지만 사실은 이것이 정답이다. 기왕 시작한 세종시인데 완성을 시켜야 한다. 그것은 행정력과 혈세의 낭비를 막는 효과뿐 아니라 국토의 균형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도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처럼 워싱턴이 정치ㆍ행정의 중심으로, 뉴욕이 국제 금융과 경제 중심역할을 하듯 그렇게 지역균형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헌법상의 문제, 막대한 재정 부담, 국민적 합의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따라서 우선 국회부터 옮긴다면 행정력과 재정의 낭비를 막을 수 있고 세종시는 ‘외로운 공무원의 섬’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