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사립유치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은 ‘고장난 냉장고’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됐다. 질병관리본부 등으로 꾸려진 정부 합동 역학조사단은 식재료 보관 냉장고의 하부 서랍칸 온도가 적정온도보다 10도 이상 높아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12일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유치원이 50인 이상 집단급식 시설에서 의무적으로 식자재를 남겨 144시간 동안 보관해야 하는 보존식 규정을 지키지 않아 식중독의 직접 원인이 된 음식 재료를 특정해내지는 못했다.
안산 A유치원에서는 6월12일 첫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이후 원생 등 118명이 식중독 의심 증상을 보였다. 이 중 71명이 장 출혈성 대장균 양성 판정을 받았고, 17명은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일명 ‘햄버거병’) 진단을 받았다. 원생과 가족 36명은 입원 치료를 받았다.
정부는 A유치원이 식중독 발생 사실을 교육·보건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보존식을 보관하지 않는 등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며 과태료 250만원을 부과하고 유치원을 6월20일부터 이달 14일까지 폐쇄했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 허위 자료 제출 등을 한 원장과 조리사 등은 경찰에 고발했다. 정부는 이번 감염이 학교안전사고로 판명될 경우 학교안전공제회에서 피해 유아 치료비를 지급하고 원장의 고의·중과실 여부에 따라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듯 보존식에 대한 관리가 부실하다. 정부가 7월 한달간 전국 유치원·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전수점검을 벌인 결과 급식 인원 50인 이상인 1만5천953개소 가운데 169개 시설에서 72건이 적발됐다. 50인 미만의 경우도 10곳 중 8곳 정도가 보존식을 보관하지 않았다. 보존식 보관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하면 원인 규명이 불가능하다.
이에 정부는 앞으로 50인 미만 유치원·어린이집으로 보존식 보관 의무를 확대 적용하는 급식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보존식을 보관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가 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보존식을 폐기·훼손한 경우 3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상향된다. 식중독 원인 조사를 고의로 방해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3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식품위생법도 개정한다. 또 유치원은 연 2회, 어린이집은 연 1회 전수조사를 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정부가 유치원ㆍ어린이집의 식재료 관리 규정과 처벌을 강화한 것은 적절한 조치다. 하지만 규정과 과태료 강화가 능사는 아니다. 안 지키면 소용이 없다. 연 1~2차례 전수조사로 식중독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시 점검이 필요하다. 관리감독에 소홀한 해당 교육청 책임도 크므로 보다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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