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원경기가든 부지에서 흙이 쏟아져 안산 갈대습지의 생태계가 파괴될 위기(경기일보 13일자 1면)에 직면한 데 이어 침출수로 의심되는 거품물까지 발견돼 비상이 걸렸다. 이 물은 갈대습지를 거쳐 시화호까지 그대로 유입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7일 오전 10시께 안산 상록구의 경기가든 부지 남측 구간에 들어서자 정체를 알 수 없는 악취가 코를 찔렀다. 늪지처럼 종아리까지 푹푹 빠지는 땅 위로 음식물 찌꺼기에서 나온 듯한 검붉은 물이 흘렀고 물이 고인 곳엔 셀 수 없이 많은 기포가 떠다녔다.
물의 흔적을 따라 경기가든 부지 상단을 향해 70m가량 이동하니 물이 지나간 자리마다 끈적이는 거품이 한 움큼씩 뭉쳐 있었다. 가까이 다가서자 수면에 기름막이 형성돼 있었고 물길 주변의 잡초들은 노란색으로 변한 채 죽어 있었다. 부지 꼭대기에 올라 내려다보니 흙에서 시작된 물은 저지대에 있는 갈대습지를 향해 흐르고 있었다.
앞서 2013년 9월에도 이곳에서 침출수가 나왔다. 당시 침출수에선 암모니아성 질소가 배출허용기준의 2.9배, 메탄가스가 2배, 염소가 60배가량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부터 불과 2년여 흐른 2016년 1월 경기도는 해당 부지가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며 그해 8월 경기가든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4년 만에 또 다시 침출수가 누출된 정황이 발견되면서 20년에 걸친 환경안정화 작업이 단순히 법정기한만 채우고 부실하게 이뤄진 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쓰레기매립지를 다른 용도로 변경하려면 폐기물관리법 제50조에 따라 20년간 침출수, 지하수, 대기가스 등의 97개 항목에 대한 사후관리를 거쳐야 한다. 이곳은 과거 시화 쓰레기매립지 터로, 1994년까지 수원ㆍ안양ㆍ과천 등 8개 지역의 음식물 쓰레기 약 430만t이 매립됐다. 이후 2016년 환경안정화 작업을 마쳤다.
시화호지킴이 최종인씨는 “21만여㎥에 달하는 흙을 시방서도 없이 무작정 쌓아올리니 하중을 견디지 못해 침출수가 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안산환경재단 김철현 생태계서비스팀장은 “경기가든 부지에서 내려오는 물은 배수로를 따라 갈대습지로 그대로 유입되는 구조”라며 “침출수인 것이 확실해진다면 습지는 물론 시화호 오염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작 경기도는 최근 장마철 현장 점검을 했다면서도 침출수 누출 정황에 대해서는 사실상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도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침출수가 나왔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도 “현장을 확인해보고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하는 등 사태를 파악해보겠다”고 밝혔다.
구재원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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