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관리 부실
경기도 전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여름철 보행자가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횡단보도와 교통섬 등에 설치돼 운영 중인 ‘보행자 그늘막’ 일부가 관리 부실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17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의 수원시청 인근 사거리. 이곳 횡단보도에는 시민들이 보행자 신호를 기다릴 때 햇빛을 피하며 잠시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그늘막이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 설치된 총 4개의 그늘막 중 3개가 펼쳐져 있지 않아 시민들이 이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더욱이 접혀 있는 그늘막은 제대로 봉인도 돼 있지 않아 바람이 불면 끈이 펄럭거리며 주변 시민들을 치는 등 보행자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었다.
시민 A씨(50)는 “햇빛이 강하거나 비가 올 때 등에도 그늘막이 접혀 있는 경우가 많다”며 “접혀 있을 때 그늘막이 성인의 허리까지 내려오는 길이인데, 바람이 불면 움직여서 괜히 옆으로 갔다가 몸에 맞을 것 같아 멀찍이 떨어져 신호를 기다린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수원시 권선구의 한 대로변에 설치된 그늘막은 안쪽에서 천막을 받치는 지지대 부분이 파손돼 있었다. 이에 천막의 한쪽 부분이 보행자의 얼굴에 닿을 정도로 축 내려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늘막에 다가갈 경우 부딪히면서 상처를 입을 우려가 커 보였다.
또 이날 의왕시 오전동 모락로 사거리 일대 위치한 그늘막 4개 중 2개는 접혀 있는 상태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끈으로 봉인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이처럼 도내 곳곳에 설치된 보행자 그늘막 일부가 관리 부실을 노출하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수원시 영통구의 B 아파트 앞 교통섬에서는 실제 인사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제대로 봉인돼 있지 않은 그늘막 주변에서 자전거를 타던 10세 어린이가 그늘막에 부딪히면서 눈 부위에 상처를 입었다.
보행자 그늘막을 관리하는 일선 시 관계자는 “최근 장마 등 외부 시설물이 파손 또는 변형될 수 있는 요소가 많아 관리가 소홀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관련 민원이 접수될 때마다 곧바로 현장을 확인해 시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지역에는 보행자 그늘막 등 생활밀착형 폭염저감시설 3천600여곳이 설치돼 있다. 경기도는 올해까지 해당 시설을 5천600여곳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채태병ㆍ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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