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역 이동 자제 당부도 소용없었다…“나몰라라” 여행객 수두룩

수도권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조짐이 보이면서 ‘타지역 이동자제’ 권고가 내려왔음에도 18일 수원역 대합실은 휴가철을 맞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오후 수원역 발 부산ㆍ여주행 기차 전석이 매진됐다. 윤원규 기자
수도권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조짐이 보이면서 ‘타지역 이동자제’ 권고가 내려왔음에도 18일 수원역 대합실은 휴가철을 맞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오후 수원역 발 부산ㆍ여수행 기차 전석이 매진됐다. 윤원규 기자

“올해 안으로 코로나19가 사그라들 것 같지 않아서 그냥 떠나기로 결정했어요.”

18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수원역 대합실. 이곳에선 이른 아침부터 기차를 탑승하기 위한 여행객들이 출입구 앞에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정부는 수도권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함에 따라 지난 16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고 서울ㆍ경기지역 시민들에게 ‘타지역 이동자제’를 권고했지만, 이날 수원역ㆍ광명역 등 경기지역 주요 기차역에선 정부 방역지침이 무색할 정도로 여행객들로 가득했다.

한 켠에선 배낭을 짊어진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신들의 기차표를 확인하는가 하면, 10여명씩 그룹진 일행들이 들뜬 모습으로 구름떼처럼 모여 탑승을 위해 뛰어가는 등 긴박하게 확산 중인 코로나19에는 무관심한 듯해 보였다.

특히 여행객들은 1~2m 거리유지 지침을 철저하게 무시한 채 다닥다닥 붙어 담소를 나눴고, 또 다른 탑승구에선 경쟁을 벌이듯 달려들어 몸을 밀착하는 등 방역을 위한 정부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이날 수원역에서 부산역으로 향하는 오후 3시41분 무궁화호는 단 4석을 제외하고 매진됐다. 또한 오후 2시55분부터 대천역으로 향하는 무궁화호는 예매율 97%를 기록했으며, 오전 10시부터 12시34분까지 광명역에서 여수역으로 떠나는 KTX는 전석 매진행렬이 이어졌다.

부산행 열차를 기다리던 L씨(73)는 “기차역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걱정되지만, 이미 구매한 표라 취소할 수도 없다”며 탑승구로 향했다.

강릉으로 여행을 계획한 P씨(21) 역시 “코로나 때문에 여행 날짜를 연기하려고 했지만, 어차피 올해 안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아 여행을 감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이 반영된 듯 국내 주요 휴양지에서는 예약과 관련된 취소 문의가 거의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 여수 D 리조트 관계자는 “7,8월 객실은 거의 만실이다.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주 K 호텔도 “현재 객실의 60%가 예약돼 있다. 지난 광복절에는 만실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휴가기간 동안 타지역으로 이동이 많아지면서 코로나 감염이 전국적으로 확산 위험이 커지고 있다”면서 “나부터 지키자는 마음으로 반드시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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