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에 나갔다가 집에 올 땐 시곗바늘이 새벽 2시를 가리킵니다. 그래도 개관식 때 좋아하는 주민들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시간들이 눈 녹듯 사라집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방영된 ‘러브하우스’는 낙후된 집을 개조, 새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TV 프로그램으로 감동과 참신함 등 시청자의 호응을 얻어냈다. 성남 지역에서도 이러한 감동을 주려고 땀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이찬희 ‘나누다’ 회장(23ㆍ실내건축학과 3학년생).
가천대 실내건축학과 봉사 소학회인 나누다는 지난 2015년부터 어린이 도서관, 청소년 쉼터, 경로당 등 지역사회 시설을 무료로 리모델링하고 있다. ‘공간과 재능을 나누다’라는 뜻으로 30여명이 학생들이 함께하고 있다. 시설 운영자가 건물주와 접촉한 후 나누다에 이를 의뢰하는 구조다. 지금까지 총 7개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최근에는 수정구 양지동 ‘해길이음’이라는 주민 커뮤니티 시설을 완공했다. 110m² 규모의 해길이음은 주민 담소 공간과 어린이 도서관 등 두 부분으로 나뉘어 조성됐다.
예산 마련부터 인테리어 디자인, 완공까지 학생들 손이 안 거치는 곳이 없다.
그는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했던 지난 2016년에는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않아 예산을 지원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지금은 학교, 자원봉사센터 등에서 흔쾌히 예산을 지원해주며 인테리어 업체에서도 물품 후원을 해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모든 어려움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학부생들이다 보니 실전 인테리어가 처음이라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꿀 같은 방학을 쪼개 봉사활동을 하기 때문에 회원 참여율이 저조할 때도 있다.
그는 “작업 쉬는 시간 때마다 회원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거다’는 독려를 한다. 실제로 이러한 활동이 봉사활동 측면도 있으나 실무 경험을 익히는 데 정말 좋다”며 “또 바쁜 시간에도 학과 교수 및 선배들이 도와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희열을 느낄 때는 자신의 봉사활동이 지역사회와 함께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상 건물이 대부분 경사도가 높은 곳인 본시가지에 있어 자재를 운반하면서 어려울 때가 있었다”며 “그래도 시설 운영자, 건물주가 고생하는 학생들을 위해 밥을 사주거나 개관식을 할 때 주민들로부터 ‘이런 공간을 만들어줘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꿈은 ‘선배’가 되는 것이다.
그는 “바쁜 시간에도 찾아온 선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저 역시 졸업 후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는 디자이너가 돼 후배들의 봉사활동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성남=문민석ㆍ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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