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조례 유명무실해 결국 폐지
인천시의 빗물 활용 정책이 10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빗물을 활용하겠다고 만든 조례는 실용성이 없어 폐지했고, 다시 만든 조례도 예산이 없어 유명무실하다.
19일 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폭우 대비 및 빗물 등 수자원 활용을 위한 ‘인천시 빗물관리에 관한 조례(이하 빗물조례)’를 제정했다. 각종 도시개발사업구역 및 건축물(대지면적 2천㎡이상 전체면적 3천㎡이상)은 빗물을 모은 뒤 재사용하기 위한 각종 시설을 만들도록 하고, 이에 따른 설치비용 등을 지원해주는 내용이다.
당시 인천연구원은 빗물 활용을 통해 잦은 국지성 집중호우에 따른 지역 내 침수 피해 예방과 섬 등 도서지역의 물 부족현상 해소, 수돗물 절약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해마다 7천400만~9천만t 의 빗물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조례만 있을 뿐, 시의 빗물 활용 정책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빗물조례에 따른 빗물관리 정책 목표와 방향, 제도개선 내용을 담은 빗물관리 기본계획 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당연히 계획이 없으니 빗물이용시설 설치를 유도할 비용지원 예산도 확보하지 못했고, 각 군·구 및 공공기관 등에 협조요청도 하지 않았다.
특히 개발사업 및 대규모 건축물에 빗물관리시설 등에 대한 설치 권고도 없었고,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빗물이용시설에 대한 개선사업도 제 자리에 멈췄다. 또 종전 빗물 관련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함께 조례에서 정한 빗물관리정책의 점검·평가 등을 해야 할 빗물관리위원회 역시 꾸리지 못했다. 위원회는 시의원과 관련 공무원 등 15명 이내로 구성할 수 있으나 결국 구성·운영하지 않았다.
결국 시는 제정 10년 동안 단 한건의 실적도 내지 못한채 이 빗물조례를 폐지했다.
이후 시는 환경부의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물재이용법)’에 근거해 2019년 12월 ‘인천시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다시 제정했다.
하지만 이 조례 또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앞서 폐기한 빗물조례에 담긴 빗물 이용시설 설치비용 지원이나 수도요금 감면 등의 내용까지 거의 같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가 2020년에 관련 사업 예산도 반영하지 않아 여전히 빗물 활용 정책에 의지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예전에 있던 빗물조례에 따라 전혀 추진한 사항이 없어서 폐지한 것은 맞다”며 “사실상 법정 빗물이용시설은 각 군·구에서 관리하고 있다보니 전반적인 빗물관리에 대한 정책부분을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물재이용 조례에 따라 2021년 본예산에 관련 사업비로 1억원을 책정해 빗물이용시설 설치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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