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에 더 죽을 맛”…폭염과 사투 야외노동자 ‘온열질환’ 주의보

20일 수원시 팔달구 구천동의 수원천 일대에서 수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이날 야외노동자들의 작업복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윤원규기자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야외노동자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의 폭염 대비책이 있지만 현장에서의 동떨어진 수칙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20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팔달구 남수동에 자리 잡은 수원화성 창룡문. 이 일대에선 1천여㎡에 걸쳐 잔디식재 작업이 한창이었다. 낮 최고 34도까지 오른 이날 30여명의 작업자들은 차양모, 여름용 목ㆍ팔 토시 등으로 완전무장을 하고 더위에 맞섰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이들이 허리를 숙였다 펼 때마다 땀방울이 비처럼 쏟아졌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손수레로 잔디를 가득 실어나르던 임혁순씨(58)는 “물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소변을 안 본다”며 “얼마나 땀을 흘리면 그러겠느냐”며 비지땀을 흘렸다. 임씨는 미리 챙겨온 얼음물을 꺼내 들었지만, 뜨거운 뙤약볕에 이미 반쯤 녹은 상태였다.

해가 중천에 떠오른 이날 정오께 수원시 팔달구 구천동의 수원천에서는 수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굴착기로 작업할 수 없는 지점에선 사람이 들어가 일일이 삽으로 흙을 퍼내야 했고, 노동자들의 등은 땀으로 흠뻑 젖어들었다.

이어 오후 1시께 화성시 진안동의 병점역. 1번 출구 방면 버스정류장의 벤치에선 환경미화원 김미숙씨(63)가 쏟아지는 땀을 닦으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지붕이 없는 인도 위에서 내내 청소를 해야 하는 김씨는 현기증 증세를 자주 느낀다.

김씨는 “집게로 쓰레기를 집으려면 허리를 자주 숙일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한참 청소를 하다 고개를 들면 머리가 어질어질하다”며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정도로 뜨거운 한낮에 마스크까지 끼고 있자니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20일 수원화성 창룡문 일대에서 잔디식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역대급 무더위가 예고된 올여름 야외노동자의 온열질환이 우려되고 있다. 장희준기자

한국환경정책ㆍ평가연구원(KEI)의 2020 폭염영향보고서를 살펴보면, 2018년 기준 야외노동자 1만 명당 온열질환 발생률은 28.7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 외 직업군(1만명당 3.5명)의 8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정부에서도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고용노동부는 폭염 대책으로 ‘노동자에게 물, 그늘, 휴식을 충분히 제공하라’는 3대 기본 수칙을 내놨다. 그러나 대부분의 야외 현장에서는 그늘을 찾기 어렵고, 애초 지침이 권고 수준에 불과해 소속된 용역업체마다 주어지는 휴식 시간도 천차만별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올여름 폭염 일수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 보호대책을 오는 9월11일까지 추진할 방침”이라며 “옥외 사업장에서 열사병 예방 3대 기본 수칙을 반드시 지킬 수 있도록 지도ㆍ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0일 수원화성 창룡문 일대에서 잔디식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역대급 무더위가 예고된 올여름 야외노동자의 온열질환이 우려되고 있다. 장희준기자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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