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국토부, 허술한 지침 ‘건축물관리 종합점검’에 등터진 건축사무소들

“정부는 건축물 점검이 하루 만에 끝나는 줄 아나 봐요. 뭣도 모르고 우선 시키는 대로만 하라니 때려치우는 수밖에…”

24일 만난 수원 팔달구 M 건축사무소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건축물관리 종합점검’에 대해 묻자마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5월부터 현재까지 관내 건축물 정기점검을 위한 의뢰가 6건 접수됐지만 나갈 때마다 경제적 손해가 막심하다는 이유다. M 사무소 관계자는 “연면적 1만㎡ 건축물을 검사할 때 하루치 업무대가가 정확히 189만1천874원이다. 오래된 건물은 도면이 없는 경우가 많아 새로 그려야 하고, 도면을 토대로 검사한 뒤 점검 항목을 추려 결과 보고서까지 제출해야 하는데 이게 도저히 하루 만에 끝날 수가 없다”며 “현장점검만큼 중요한 게 사전ㆍ사후점검인데 업무대가 지침엔 그게 빠져 있고 오로지 현장점검에 나설 때만 비용을 주도록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만난 용인 S 건축사무소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지자체가 점검 지정기관으로 선정한 탓에 의뢰를 거부할 수도 없어 사실상 등 떠밀려 나가고 있다.

S 건축사무소 측은 “사실상 지금은 ‘건축사무소가 알아서 하루 안에 끝내라’는 식”이라며 “점검을 빨리 끝내려면 인력을 추가 고용해야 하는데 현재 업무대가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점검 기간을 2~3일 이상 늘리면 어느 건물주가 비용을 지불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정기점검을 위한 지원금을 주는 게 아니고 건물주와 건축사무소가 알아서 협의하라니 너무 무책임하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허술한 매뉴얼로 건축물 정기점검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경기일보 24일자 6면)된 가운데 일선 현장의 건축사무소들이 ‘의뢰 거부’를 예고하고 나섰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5월1일부터 연면적 3천㎡ 이상 집합건축물에 대해 건축물관리 종합점검을 3년마다 의무로 받도록 했다. 그러나 건축물 관리자나 지자체 등이 비용 산정 기준 및 점검기관 교체에 대한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하면서 6월 말 세부 지침 차원에서 ‘정기점검을 위한 기본 업무대가 설명서’를 내려 보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든 건축사무소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국토부가 일률적으로 책정한 업무대가가 턱없이 낮고, 정기점검 시 필요한 항목이 누락돼 있는 등 업무 환경에 전혀 맞지 않는 지침이라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국토부는 기본 업무대가를 책정하는 근거로 시특법(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들고 있는데 이번 제도는 시특법이 아닌 건축물관리법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시특법은 교량ㆍ항만ㆍ터널ㆍ댐 등 대형 구조물을 대상으로만 구조 점검을 실시하지만, 이번 건축물 정기점검은 구조 점검은 물론 설비ㆍ전기ㆍ피난시설 등에서의 종합적인 점검이 이뤄지는 만큼 업무대가가 더 높게 책정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이로 인해 지정 점검기관 이탈을 고려하는 건축사무소도 적지 않다는 분위기다.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이번 점검 설명서에는 현장 외 점검 항목이 아예 빠져 있다”며 “이 외에도 업무 환경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제도라며 불만이 커 일부 협회사들은 의뢰를 거부하고 점검기관에서 빠져나가겠다고 성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지침으로는 사전ㆍ사후 점검에 대한 부분이 없다”며 “관련 논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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