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 J, 윤한종 개인전 ‘Untreated Beings’ 통해 답 던진다

본질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물이 그 사물 자체가 되게 하는 원래 특성’이다. 일례로 우리가 사용하는 핸드폰은 회로 위 수많은 전자부품이 전기를 이용해 신호를 주고 받는다. 핸드폰이 사물이라면 전자부품은 본질인 셈이다. 본질은 사물의 존재 이유와 목적, 물리적 구성, 행위의 동기 등 관점과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다.

성남 아트스페이스 J는 전자부품을 소재로 본질이란 무엇인지 고찰하는 윤한종 작가의 개인전 <Untreated Beings>전을 다음달 8일부터 연다.

▲ Metamorphosis RS-04-X-M_145.5x097.8, Pigment Based Inkjet, 2020

윤 작가는 지난 30여년간 산업현장에서 산업용 카메라와 조명을 이용한 자동검사장치를 개발한 엔지니어다. 작업 소재인 전자부품은 작가가 되기 이전부터 생업에서 활용해 온 대상이다.

이번 전시는 전자부품을 이루는 물성의 색상에 집중한 ‘Nature_본질’ 시리즈와 1만여개 전자부품을 부식시켜 다양한 조명으로 촬영한 ‘Metamorphosis_변태’ 시리즈로 구성됐다. 윤 작가는 전시에 앞서 본질을 ‘물질이 존재한 원래의 그것’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물질의 색상이나 모양 등은 특징을 넘어서 그 어떤 요소에도 구속 받지 않는 물성의 본질적 표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Nature_본질 시리즈는 아주 작은 전자부품의 원래 모습과 색상이 어떤 것인지를 고찰하고 고민한 흔적이 담겨 있다. 형태는 부품의 고유한 모습이지만 색상을 통해 그 본질을 엿볼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 Metamorphosis RS-08-X-M_145.5x097.8, Pgment Based Inkjet, 2020

이와 대조적으로 Metamorphosis_변태 시리즈는 대상이 원래 본질과 다르게 변질된 모습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하며 만든 작품이다. 이에 대상 고유 색상에 삼원색 빛의 다양한 밝기에서 촬영해 불규칙과 우연성을 고려해 재현했다. 멀리서 보면 그저 색상의 나열, 무의미한 형태 배열로 보일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불규칙과 우연성 속 일정한 형태를 띄고 있어 관객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영준 평론가는 “작품의 형태는 알 수 없는 거대한 픽셀들의 현란한 군무처럼 보이지만 작가의 지식과 관객의 무지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과정이 담겼다”라며 “작가의 손을 거쳐 하나의 시리즈가 된 픽셀은 이번 전시에서 관객의 눈과 상상력 속에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궁극의 변형을 거치게 된다”라고 말했다.

▲ Nature 009_100x75.9, Pigment Based Inkjet, 2017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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