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어촌ㆍ소규모학교는 원격수업 자율 결정…“책임전가일 뿐”

#1. 2018년부터 단 한 명의 신입생도 입학하지 않을 정도로 도심과 떨어져 있는 여주 농촌지역의 A초등학교 분교. 최근 교육부가 고3을 제외한 수도권 모든 학교를 원격수업으로 전면 전환했지만, 도서벽지교육진흥법상 A분교와 같은 ‘농산어촌 학교’는 예외를 두고 직접 원격수업 전환 여부를 정하도록 했다. 이에 A분교는 4~6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했고 골머리를 앓게 됐다. 상당수 학생과 학부모가 원격수업을 희망했으나 일부 가정이 와이파이가 없거나 스마트 기기 이용에 제한을 받고 있는 등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A분교 관계자는 “1학기에도 학교에 몰래 (원격수업 관련) 지원을 신청한 가정들이 있었다”며 “이번에도 지원은 하겠지만 혹여 기기가 고장 나는 등 문제로 교육에 차질이 생길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등교를 시키자니 코로나19가 감염될까 불안하기만 하다. 이런 결정을 학교에 하라는 건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2.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총 52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는 연천의 B초등학교는 일단 1학기처럼 대면수업과 비대면수업을 병행하기로 했다. 여름방학까지만 해도 2학기 등교일수를 늘릴 계획으로 오프라인 수업 자료를 보충했으나, 코로나19가 확산세를 타면서 다시 비대면수업을 늘리는 식으로 일정을 급하게 바꾸게 됐다. 문제는 중식이다. 가정학습 신청자가 매일매일 달라져 급식을 마련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간식이나 도시락을 제공하기도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B초교 관계자는 “우선 등교 날에는 도시락을 개별 지참하도록 공지하고 있다”며 “소규모학교에 원격수업 전환 여부를 결정하라는 건 자율성을 주는 게 아니라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교육부가 농산어촌학교와 소규모학교(60명 이하)에 대해 원격수업 전환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했지만 현장에선 대책 없이 책임을 학교에만 떠밀고 있는 꼴이라며 한숨을 쉬고 있다.

27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기준 경기도 내 농산어촌 학교는 51곳, 소규모학교는 147곳으로 집계됐다. 교육부는 지난 26일부터 9월11일까지 수도권지역 유치원과 초ㆍ중ㆍ고ㆍ교를 원격수업으로 전면 전환했지만 농산어촌ㆍ소규모학교는 자율적으로 수업 형태를 결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돌봄 운영책이나 원격학습 제도 등이 부실한 상황에서 갑자기 등교가 중단된 만큼 일선 학교들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교육 당국 역시 이 같은 우려를 인지하고 돌봄 수요 조사 및 학습권 보장을 위한 대책 등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긴급돌봄 등 우려가 제기된 부분에 대한 대책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부모들이 불편하지 않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현황을 빠르게 파악해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며 “원격학습을 위해서도 지원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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