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내버스, 에어컨 틀고 창문 닫고 ‘정주행’… 중대본 권고에는 ‘역주행’

“창문 닫으세요, 에어컨 틀었습니다.”

최근 인천의 한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경기도 시내버스에서 ‘개문냉방 운행’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방역 당국은 지난 3일 대중교통 책임자 및 종사자를 대상으로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을 배포하고, 자연 환기가 가능한 경우 창문을 상시 열어둘 것을 권했다. 또 에어컨 사용 등으로 상시적으로 창문을 열어두기 어려우면 2시간마다 1회 이상 환기하고 운행하도록 지자체에 지시했다.

앞서 5월12일 서울시는 시내버스가 에어컨을 켠 채 창문을 열고 운행하도록 하는 개문냉방을 허용한 바 있다. 이어 다음날(13일) 부산에서도 시내버스 개문냉방 운행을 허용했다. 이들은 버스 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들과 에어컨으로 인해 코로나19가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러한 조치를 내렸다. 버스 창문을 닫고 운행하면 내부 공기 순환이 안 되고 비말이 바람을 타고 퍼질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도에서는 상당수 시내버스가 창문을 모두 닫은 채 운행 중인 상황이다. 승객이 자발적으로 창문을 열어도 운전기사나 다른 승객과 마찰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거나 덥다는 이유 등으로 개문을 말리는 식이다.

▲ 대중교통 지침2

수원의 한 버스업체 관계자는 “운전기사들이 창문을 열고 싶어도 승객들이 덥다며 불만을 제기한다. 개문 상태로 놔두면 서로 싸움이 일어날까봐 결국 닫는다”며 “대신 종점에 도착하거나 승객이 없을 때 환기를 시키는 식으로 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인의 다른 여객 측은 “중대본이나 지자체에서 그런 지침이 내려왔다는 것도 몰랐다”며 “매일매일 권고사항이나 지시사항이 많아 일일이 확인하지 못했는데 다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ㆍ수원시 등 지자체 홈페이지에는 경기지역 시내버스도 개문냉방 운행을 허용하게 해달라는 민원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방역 당국 지침에 따라 각 시ㆍ군에 환기 지침을 이행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각종 민원이 접수되고 있는데 한 번 더 관련 공지를 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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